- 자 그럼, 어디가 앞이고 뒤인지도
판단이 안 서는 의문의 공간이지만……
- 좀 더 저쪽으로 가 볼까?
- 그래, 그러자. 보아하니
저쪽은 분위기가 완전히 다른……
- ……! 물러서, [HERO_MF]!
- ……!
- ……!
- ……실패했네.
내 솜씨도 많이 녹슨 모양이군.
- ……아르발.
- ……아르발.
- 한참 찾았어, [HERO_MF].
- 그리고 혐오스러운 짐승의 후예……
그 지도자들이 뜻밖에도 나란히 모여 있군.
- ……다시없을 행운이야.
미안하지만 이 자리에서 죽어 줘야겠어.
- 네가 아르발이구나……
죽으라는 말에 순순히 따를 것 같아?
- 이 주술을 풀고
우리를 원래 있던 곳으로 되돌려 놔.
- 나야말로, 되돌리란다고 되돌릴 리가 없지.
애초에 자라스의 대금주는 일방통행이거든.
- 그 누구라 할지라도
이 영겁의 어둠에서 빠져나갈 순 없어.
- 정말 그럴까? 혹시 널 쓰러뜨리면
주술이 풀린다거나…… 하는 건 아니고?
- 그래, 나갈 수 없는 함정 속에 들어가는 건
죽음을 각오한 미끼나 하는 짓이지.
- 네가 여기서 나갈 수 있다면, 우리가 빠져나갈
방법이 있다 해도 이상하지 않아.
- 그리 생각한다면 날 베어 보든가.
어차피, 지금의 난 환영에 불과하지만.
- 난 내 목적을 이루고 돌아갈 거야.
……혼자서 말이지.
- 기다려, 아르발!
- 기다려, 아르발!
- 네 목적이 뭐야?
왜 날 조종한 거지? 뭘 하고 싶은 건데!
- 네 목적이 뭐야?
왜 날 조종한 거지? 뭘 하고 싶은 건데!
- ……나는 아르발이 아니야.
- 내 이름은 에피메니데스. 지상을 불태운
짐승을 치겠노라 맹세한, 평범한 인간이지.
- 그리고, 정말 내 목적을 모르겠어? 나는
사람을…… 세상을 내 손으로 구할 거야.
- 그러려면 「나」라는 존재를
계승해야만 하지.
- 너는…… 그러기 위한 그릇이고.
- 그릇……이라고?
- 그릇……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