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냐아아아앙……
- 어라…… 고양이잖아.
잔뜩 겁을 먹었네.
- 왜 그래? 누가 쫓아와?
하하. 뭐, 대답할 리가 없……
- …………………
- ………………!?
왜, 왜 그래, 예리차.
- ……어?
전에도 이런 일 있었던 것 같은데.
- ……여기에 있었군.
- 나한테 무슨 볼일 있어?
- 네가 아냐…… 그 녀석이다.
식량고를 어지럽혔다……
- 그 녀석이라니, 이 고양이…… 말이야?
- ……그 녀석은 발이 빨라.
전에도 나에게서 도망 다닌 적이 있다……
- 흐음, 도망 다닌 적이…… 잠깐, 아!
혹시, 전에 네가 쫓아다닌 게……
- 그 녀석이다……
……상처를 입었었다.
- 상처를 봐 주려고 했더니…… 도망쳤다.
결국…… 병사가 잡았지만……
- …………………
- …………………
- 그렇구나…… 도망쳤다는 건
사람이 아니라 고양이였어.
- 그러고 보니, 사람이라고는 한마디도
안 했던 것 같네. 미안, 착각했어.
- 아니…… 나도, 설명이 부족했다.
- 그런데, 솔직히 의외야.
네가 고양이를 챙겨 주려 하다니.
- 사람이든 짐승이든, 그 누구도
다가오지 못하게 하는 분위기를 풍기잖아.
- 내가 혐오하는 것은…… 사람뿐이다.
- ……고양이를 돌본 적도 있다.
바르텔스가 저택에서, 누님과……
- 오, 그렇구나.
그럼 예전엔 고양이도 겁먹지 않았었나 보네.
- ……그래.
- 하지만 그 고양이도, 어머니와 누님이
떠나고…… 언젠가부터 행방이 묘연해졌다……
- 피투성이인 내가, 두려웠던 걸지도 모르지……
- 그럴지도 모른다고 답한다
- 그렇지 않다고 답한다
- 고양이에 관해선 잘 모르지만, 짐승은
위기를 감지하는 능력이 뛰어나다고 하니까.
- 네가 위험한 존재가 되었다는 걸
느꼈을지도 모르겠네.
- ………………
- 고양이에 관해선 잘 모르지만,
돌봐 주던 사람을 그렇게 쉽게 잊어버릴까?
- ……나에게 묻지 마라.
- 으음~ 아무튼 그건 그렇고.
너는 이 식량 도둑을 잡아서 어쩌려고?
- ……데려간다.
더 이상 도둑질을 못 하도록……
- 히야아옹!?
- 어이! 도둑질을 못 하게, 무슨 짓을 하려고?
겁먹어서 도망가 버렸잖아.
- 식량을 주려고 했을 뿐이다……
왜 겁을 먹은 것인지……
- ……네 좋은 면을 고양이가 알게 되려면
아직 시간이 많이 필요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