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것 참, 잘 안되는구만.
- 응?
제랄트씨, 뭘 끙끙대고 있어?
- 팔목 보호대의 여밈 장식을 갈려고 하는데,
잘 안돼서 말이지.
- ……잠깐 줘 볼래?
내가 할게.
- 하하, 잘하네. 덕분에 살았어.
- 당신, 정말 손재주가 없구나.
용케 여태까지 살아남았네.
- 이봐, 용병으로서의 실력하고
손재주는 별로 관계가 없잖아.
- 뭐, 나도 오래 살아왔으니 말이다.
몸 여기저기가 삐걱대기 시작했거든.
- 그렇게까지 늙어 보이진 않는데.
- 사람을 겉모습으로 판단해선 안 되지.
난 이렇게 보여도 꽤 나이가 있다고.
- 게다가 무모한 짓을 하며 살아왔으니.
이건 내 직감이지만……
- 슬슬, 주의 부름을 받을 때가
온 게 아닌가 싶다.
- 전혀 그렇게는 안 보이는데.
그리고 과연 당신을 불러 줄까?
- 너, 말하는 게 아주 가차 없구나.
안 불러 주시면 지옥에서 살아야지 뭐.
- ……지금 죽는다고 해도,
아무런 미련이 없는 거야?
- 없어, 그런 거.
오히려 너무 오래 살았지.
- [BYLETH_MF][kp1] 어쩌고?
당신 자식이잖아.
- ……걱정 없다, 라고 하면 거짓말이다만.
그 녀석은 보통이 아니니까.
- '보통이 아니다'라.
뭐 그건 그래……
- 비정상적으로 강하다고 한다
- 감정 표현이 부족하다고 한다
- 혼잣말이 많다고 한다
- 그 사람은 비정상적으로 세잖아.
문장을 가진 장수조차 상대도 안 되고.
- 그래, 혹독한 훈련을 시킨 것도 아닌데
어느샌가 저렇게 강해졌더군.
- 그 사람, 감정 표현이 좀 부족하지.
항상 담담하다고 해야 하나……
- 그래, 태어났을 때부터 쭉 그랬지.
태어나면서도 울음소리 한번 안 냈어.
- 그 사람, 혼잣말이 많잖아.
뭐, 나도 남 말할 처지는 아니지만……
- 그래, 언젠가부터 이상한 버릇이 들었지 뭐냐.
마치 누군가랑 이야기하는 것 같이 말이야.
- 뭐, 그런 녀석이다 보니, 주위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모양이더라고.
- 그런 의미에서는 여기에 오길 잘했어.
비슷한 또래의 싹싹한 친구들이 많으니까.
- 특히 너랑은 같은 용병이기도 하니
그 녀석도 마음을 열지도 모르지.
- 글쎄. 뭐, 나도 그 사람하고
좀 더 얘기해 보고는 싶어.
- 그래? 그렇게 말해 주니
나도 고맙군.
- ……당신도 아버지이긴 하구나.
- 아버지다운 건 하나도 해 주지 못했지만
걱정 정도는 하지, 일단은.
- 이렇게 동료가 된 것도 인연이니.
[HERO_MF], 그 녀석 좀 부탁하마.
- ……하아.
정말로 금방 죽을 것처럼 말하네.
- 그런 농담 마라. 안 그래도
내일 살아 있다는 보장이 없는 직업인데.
- 부탁한다. 그래도 되지?
- 알겠어. 당신이 그렇게까지 부탁하는데
어떻게 거절하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