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아…… 죽는 줄 알았네요.
적진에서 그런 함정에 걸릴 줄이야.
- 자네답지 않은 실수였어.
하지만 잘 살아 돌아왔다.
- 하하하, 솔직히 스스로도 믿어지질 않아요.
……정말 아직 살아 있긴 한가요, 저?
- 죽을 뻔했던 경험은 많지만, 이번엔
그중에서도 두 번째 정도로 위험했네요.
- 흐음, 두 번째라.
그럼 첫 번째는 뭐였는가?
- 그야 뭐, 어릴 적에 돌림병에 걸렸는데
의사한테도 못 가고, 돈도 없었을 때였지요.
- 퍼거스의 돌림병 얘기로군……
당시에는 꽤 위험했다고 들었네.
- 왕비조차도 목숨을 잃었다고 들었다만,
용케 의사의 도움도 없이 살아남았군.
- 제 말이요. 그 할아버지가 구해 주지 않았다면
한참 전에 죽었겠죠.
- 그건 그 노인이 의사였단 얘긴가.
- 아니…… 그건 아니었을걸요.
어머니가 데려온 늙은 행로병자였으니까요.
-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모양이라
한동안 저희 집에서 돌봐 드리던 차에……
- 제가 돌림병에 걸렸는데,
어머니가 최선을 다해도 차도가 없었거든요……
- 그때 할아버지가 저를 구해 주셨어요.
어떤 방법을 쓴 건지는 모르겠지만.
- ……그렇군.
그 노인은, 지금은?
- 아하하, 이미 옛날에 돌아가셨죠.
그게 벌써 몇 년 전 이야기인데요.
- 그렇군, 그럼 역시 그가……
- ……자네 이야기를 듣고
나도 한 가지 떠오른 것이 있네.
- 불치병 환자가 문장의 힘을 받은 순간 완치하여
이윽고 10걸 중 한 명이 되었다……
- 그런 이야기가 과거에 있었지.
황당무계하다고만은 할 수 없어.
- 아…… 저기,
무슨 얘긴지 잘 이해가 안 되는데……
- 즉, 그 할아버지가 저를 구하기 위해
문장의 힘을 주셨다는 말입니까?
- 그랬을 가능성도 있다는 이야길세.
그저, 단순한 추측일 뿐이지만.
- ……아니, 에이 아니지, 잠깐만요.
그야 그렇게 생각하면 앞뒤는 맞겠지만.
- 그렇게 되면 그 할아버지가 여신님의 사도나
그 비슷한 존재였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 하하…… 그렇다면 제가 10걸처럼
말도 안 되는 나이까지 살 수도 있다는 겁니까?
- 글쎄, 그 노인이 죽은 지금,
그걸 확인하는 건 누구도 할 수 없겠지.
- 하지만, 그가 자네를 구한 건 확실하네.
그 목숨을 귀히 쓰도록 하게.
- 전장에서도 신중하게 움직이도록 하고.
오늘 같은 일이 또 언제 일어날지 모르니.
- ……그러게요. 충고 감사히 받겠습니다.
저에겐 아직 해야 할 일이 있으니까요.
- 오늘은 얼른 돌아가서 쉬게.
오랫동안 붙잡아 둬서 미안했네.
- ……자신의 피를 늘 저주했던 자네가, 마지막엔
그 피로 저 아이의 목숨을 구했던 건가.
- 자네가 마지막에 위안받았다는 사실을 알아서
안심했네. 내 벗 오반이여…… 부디, 평안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