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하아…… 죽는 줄 알았네요. 적진에서 그런 함정에 걸릴 줄이야.
  2. 자네답지 않은 실수였어. 하지만 잘 살아 돌아왔다.
  3. 하하하, 솔직히 스스로도 믿어지질 않아요. ……정말 아직 살아 있긴 한가요, 저?
  4. 죽을 뻔했던 경험은 많지만, 이번엔 그중에서도 두 번째 정도로 위험했네요.
  5. 흐음, 두 번째라. 그럼 첫 번째는 뭐였는가?
  6. 그야 뭐, 어릴 적에 돌림병에 걸렸는데 의사한테도 못 가고, 돈도 없었을 때였지요.
  7. 퍼거스의 돌림병 얘기로군…… 당시에는 꽤 위험했다고 들었네.
  8. 왕비조차도 목숨을 잃었다고 들었다만, 용케 의사의 도움도 없이 살아남았군.
  9. 제 말이요. 그 할아버지가 구해 주지 않았다면 한참 전에 죽었겠죠.
  10. 그건 그 노인이 의사였단 얘긴가.
  11. 아니…… 그건 아니었을걸요. 어머니가 데려온 늙은 행로병자였으니까요.
  12.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모양이라 한동안 저희 집에서 돌봐 드리던 차에……
  13. 제가 돌림병에 걸렸는데, 어머니가 최선을 다해도 차도가 없었거든요……
  14. 그때 할아버지가 저를 구해 주셨어요. 어떤 방법을 쓴 건지는 모르겠지만.
  15. ……그렇군. 그 노인은, 지금은?
  16. 아하하, 이미 옛날에 돌아가셨죠. 그게 벌써 몇 년 전 이야기인데요.
  17. 그렇군, 그럼 역시 그가……
  18. ……자네 이야기를 듣고 나도 한 가지 떠오른 것이 있네.
  19. 불치병 환자가 문장의 힘을 받은 순간 완치하여 이윽고 10걸 중 한 명이 되었다……
  20. 그런 이야기가 과거에 있었지. 황당무계하다고만은 할 수 없어.
  21. 아…… 저기, 무슨 얘긴지 잘 이해가 안 되는데……
  22. 즉, 그 할아버지가 저를 구하기 위해 문장의 힘을 주셨다는 말입니까?
  23. 그랬을 가능성도 있다는 이야길세. 그저, 단순한 추측일 뿐이지만.
  24. ……아니, 에이 아니지, 잠깐만요. 그야 그렇게 생각하면 앞뒤는 맞겠지만.
  25. 그렇게 되면 그 할아버지가 여신님의 사도나 그 비슷한 존재였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26. 하하…… 그렇다면 제가 10걸처럼 말도 안 되는 나이까지 살 수도 있다는 겁니까?
  27. 글쎄, 그 노인이 죽은 지금, 그걸 확인하는 건 누구도 할 수 없겠지.
  28. 하지만, 그가 자네를 구한 건 확실하네. 그 목숨을 귀히 쓰도록 하게.
  29. 전장에서도 신중하게 움직이도록 하고. 오늘 같은 일이 또 언제 일어날지 모르니.
  30. ……그러게요. 충고 감사히 받겠습니다. 저에겐 아직 해야 할 일이 있으니까요.
  31. 오늘은 얼른 돌아가서 쉬게. 오랫동안 붙잡아 둬서 미안했네.
  32. ……자신의 피를 늘 저주했던 자네가, 마지막엔 그 피로 저 아이의 목숨을 구했던 건가.
  33. 자네가 마지막에 위안받았다는 사실을 알아서 안심했네. 내 벗 오반이여…… 부디, 평안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