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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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러고 있어, 이런 한밤중에. 일찍 일어나야 하니, 그만 방에 가서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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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심하게도, 이런 때는 오히려 일에 몰두하는 편이 마음이 놓이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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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누워 있으면 아무래도 그가 자꾸 생각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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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자책할 필요는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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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펠릭스는 눈앞에 있었는데도 구하지 못했어. ……죽게 하고 말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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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다른 누구도 아닌 내 지휘와 판단이 안이했기 때문에 이런 상황을 초래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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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깊게 생각하진 마…… 놈은 쓰러뜨려야 할 상대야. 네게도, 우리에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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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 다 짊어지려고 하면 안 된다고 내게 가르쳐 준 건 너희들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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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 생각해서 하는 말이야, 오늘은 그만 쉬어. 너도 많이 지쳤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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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봐…… 펠릭스. 엿듣는 건 좋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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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부터 조용히 듣고만 있었더니…… 그런 말을 병사가 들었다간 사기가 떨어질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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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도 많기는. 일부러 이런 데서 귀 기울이고 있을 사람이 너 말고 또 누가 있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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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 난 그저 네놈이 또 괜한 생각을 하고 있진 않을까 걱정됐을 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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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한 생각이라니…… 그가 원통하게 목숨을 잃은 건 내 용병술이 모자라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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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릭도 그런 식으로 목숨을 버릴 생각은 없었다고 말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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쳇. 그러고 있을 줄 알았다, 멍청한 놈. 어르신…… 아버지도 원통하기야 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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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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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죽고 싶지 않아서」가 아니야. ……죽을 자리를 찾던 시절마저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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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원통했던 건, 왕이 나라의 미래를 이뤄 내는 걸 도와주고 지켜보지 못해서였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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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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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내가 아버지 대신 널 돕겠다. 넌 싸움에 이겨서 왕국에 미래를 가져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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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바람은 그로써 이루어질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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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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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이 쌀쌀한 밤에 너와 둘이서 별을 보고 있자니 옛날 생각이 나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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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밤에 설산에서 조난당할 뻔했을 때? 지금도 기억나. 죽음을 각오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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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로드릭과 그렌이 우리 둘을 데리러 와 줬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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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지. 그때 둘이서 같이 지독하게도 야단맞았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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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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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오늘 밤 정도는 인상 좀 구기고 있어도 용서해 주시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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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그럴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