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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봐, 실뱅. 여기 있군. 조금 전 회의에 대해서 네 의견을 묻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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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긴 한데…… 고티에가의 의향은 아까 아버지에게 들으시지 않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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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티에로서의 의견이 아니라, 네 의견을 들려줬으면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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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민에게 작위를 주느냐 마느냐 하는 얘기였죠? 결국 인정하는 방향으로 진행됐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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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 논점이 된 건 문장이 없는 자를 귀족으로 세워도 되겠는가, 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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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 물론, 세워도 된다면야 세워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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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형을 등용했듯이, 유능한 자에게는 지위를 줘서 활용해야 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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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RO_MF][kp4] 애쉬도 훌륭하게 성과를 내 주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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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거침없이 진행하라곤 말 못 하겠네요. 너무 많이 등용할 거면 전 찬성할 수 없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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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국에서 문장의 힘이 사라지면 어떻게 될지 폐하께서도 모르시지는 않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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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이야. 게다가 지금은 어느 나라건 문장의 힘을 지닌 피가 옅어지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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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릭스처럼 대문장을 갖고 태어나는 사례도 있다고는 하지만, 극히 드문 이야기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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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지금, 우리 퍼거스 사람들이 살아남기 위해 취할 수 있는 선택지는 두 가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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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을 잇는 피를 간신히 유지하고 있는 틈에 나라를 부흥시켜 군비를 단숨에 증강하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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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을 잇는 피가 도태되는 위험을 감수하고 유산에 기대지 않는 체제 확립을 우선시하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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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쪽이든 연명 조치이긴 하지만 저로서는 전자가 더 바람직하지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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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비 증강이라는 게 말은 쉽지만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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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마른 땅뿐인 이 왕국이, 비옥한 나라와 경쟁하려면 시간이 걸리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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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언젠가 형의 등용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도 드렸던 말씀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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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한창 전쟁 중이라 쓸 수 있는 수단은 다 써 봐야 하는 상황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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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로서는 현재 당신의 방침에도 이의는 없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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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너와 이야기를 나누면 머릿속이 정리돼서 좋군.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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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영광입니다. 어울리지도 않게 진지한 얘기를 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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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울리지도 않게라니…… 그렇지는 않아. 내가 아는 넌 항상 진지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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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랑 펠릭스 같은 사람들 외에는 티끌만큼도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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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다, 아니구나. 사관학교 시절까지의 네 태도는 진지함과는 거리가 멀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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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하, 아니라곤 말 못 하겠네요. 저도 바보 같았단 생각은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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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지금부터 열심히 만회하도록 해. 아니면 뭐야, 잔소리라도 해 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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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아뇨, 사양하겠습니다. 폐하의 잔소리는 시작되면 끝이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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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이지…… 잘 들어, 실뱅. 난 널 의지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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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내게 없는 많은 것을 갖고 있어. 부친을 닮아 영리하고, 두뇌 회전도 빠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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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는 당신의 강인함을 전 어려서부터 부럽다고 생각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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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는 거겠지. 피차, 없는 걸 너무 부러워하지는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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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찮게 해서 미안하다, 실뱅. 다음에 또 의견을 들려줬으면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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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기꺼이. ……당신 앞에서는 저도 자신을 감추지 않을 수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