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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네트, 이렇게 늦게까지 연구라도 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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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연구하는 게 아니고. 잠깐 이걸 쓰고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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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이 검은 벌레가 날아다니는 듯한 그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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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이 아니라 악보거든! 벌레가 뭐야, 벌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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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 미안…… 이게 악보구나. 혹시 또 새로운 곡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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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 좋은 곡이 떠오른 김에, 까먹지 않게 적어 두고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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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으면 들려주지 않을래? 어떤 곡인지 궁금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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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돼. 아직 가사를 다 못 정했거든. 방향성은 대충 정해지긴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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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곡이야? 악보를 못 읽으니 전혀 짐작이 안 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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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는 느낌으로 가려고 생각 중이야. 아직 가사는 다 못 정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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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의지할 버팀목이 되는…… 노래만 불러도 힘이 나는 곡을 만들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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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지할 버팀목이 된다, 라. 완성이 기대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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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잖아, [HERO_MF]. 그 기사 노래, 기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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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아, 그 사람 얼굴을 한 말…… 크흠. 기사 노래 말이야? 당연히 기억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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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또 그 노래를 들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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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네트…… 이제 포기하라니까. 원흉인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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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야. 그런 얘기가 아니라…… 어떤 용병이, 죽기 직전에 부르고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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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몸에 상처를 입고, 숨도 끊어질 듯했는데 그 노래를 흥얼거리며 즐거운 듯이 웃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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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척 괴로웠을 텐데, 어떻게 그런 표정을 지을 수 있었을까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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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동료들과 즐겁게 마시고 노래하던 기억이라도 떠올리고 있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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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가 끝난 후의 연회는 늘 그러니까. 용병과 기사가 뒤섞여 노래하고 떠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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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지도. 그 사람을 추도하면서 나, 계속 생각해 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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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가사는 본의 아니게 퍼진 거고, 솔직히 말해 아직도 마음에 안 들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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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이 마지막 순간에 쓸쓸해하지 않았으니, 그걸로 된 게 아닌가 싶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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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했지? 아네트의 노래에 누군가가 의지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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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그 용병 말고도 네 노래에 구원받은 녀석들이 많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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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나만 해도, 힘들 때는 네 웃기는 노래를 떠올리면서 힘을 되찾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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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은, 그러니까 내 가사가…… ……아니, 됐어. 그냥 기뻐하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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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 그럼 앞으로도 여러 노래를 써야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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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그 자세야, 아네트. ……그래서, 그 곡의 가사는 어떤 내용으로 할 생각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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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은, 동료나 친구들과 함께 요리 주변에 둘러앉아 부르는 노래로 하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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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어 보이는 요리가 차례차례 나오고, 그걸 다 같이 즐겁게 먹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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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기만 해도 배가 고파질 듯한 즐거운 노래가 될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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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치? 그다음엔 더 먹을 음식을 만들려고 사냥에 나서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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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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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안 되게 큰 곰하고 마주쳐서, 동료들과 함께 사투를 펼치게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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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이랑 사투……? 즐거운 식사는 어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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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완성을 기다려 볼까. 다 만들면 제일 먼저 들려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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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약속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