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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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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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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책 읽고 있네…… 이그나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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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아악! 갑자기 큰 소리로 부르지 좀 말아 주세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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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 미안…… 어, 책이 많아진 것 같다? 게다가 딱 보기에도 귀해 보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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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하…… 이건, 본가 서고에 있던 걸 형에게 부탁해서 보내 달라고 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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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는 상인 집안이라 여기 있는 책은 전부 파는 물건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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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몇 년째 팔리질 않아서, 살짝 빌렸어요. 아버지께는 비밀로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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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형이네. 둘이 친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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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는 그렇지도 않았지만…… 지금은 그런 편이에요. 자주 편지도 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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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그나츠네 아버지는 엄격한 분이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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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는 않지만…… 장사에 관해서는 아주 진지한 분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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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통성이 전혀 없다고 해야 하나…… 그 대신, 형은 대화하기 편하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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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무리한 부탁을 해도, 형은 비교적 잘 들어주거든요. 그래서 많이 기대는 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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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 사정으로 기사가 된 저를 동정해 주는 걸지도 모르죠…… 아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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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기사가 되고 싶어서 된 게 아니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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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뇨, 그렇지는…… 가족에게 도움이 되고 싶긴 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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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글로스터 가문의 기사가 되어서 귀족분들과의 교류도 늘었다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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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형의 장사에 보탬이 된다고 하니, 저도 기사가 되길 잘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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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음…… 그래서, 어떤 책을 빌렸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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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가 대부분이에요! 거기에 타국에서 보낸 옛 서신을 모아 놓은 것도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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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책을 읽으면서 상상으로 여행하는 동안은 어떤 힘든 일도 잊을 수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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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 역시 억지로 참고 있는 거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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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여기저기 자유롭게 여행하면서, 마음에 드는 풍경을 그림으로 그리고 싶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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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어떻게 거기까지 아시는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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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면 알지. 여기 화법이라든가 안료 조합법 같은 책도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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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하…… 실은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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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는 제가 상상도 못 할 아름다운 경관이 많을 거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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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걸 직접 눈으로 보고 그림으로 남길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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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 게 제 꿈이었죠. 하지만 지금은 달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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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가 된 것에 후회는 없어요. 꼭 가족 때문에 그런 건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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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포드라의 미래를 타인에게만 맡기지 않고 스스로도 책임을 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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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움을 계속해 나가는 동안 그런 생각이 점점 강하게 들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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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뭔가 잘난 척하는 것 같았네요. 제가 뭐라고, 부끄럽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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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확실히 후회가 없다고 말한다면야, 나도 이제 아무 말 안 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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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전쟁은 언젠가 끝날 텐데 꿈은 계속 갖고 있어도 되지 않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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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