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폐하, 제국군이 왕국 서부를 향해
군사를 출발시켰다는 보고가 들어왔습니다.
- 서부는 이제 겨우 안정을 되찾은 참인데,
도우러 가지 않아도 괜찮을까요, 폐하.
- 마테우스령에는 로드릭을 파견했어.
지금 나눠 줄 수 있는 만큼의 병사도 보냈고.
- 아네트나 구스타브도 남작에게
보냈지만…… 득이 될지 독이 될지.
- 물론 우리도 당장 달려가고는 싶지만
상황을 보면 그럴 수도 없어.
- 그래…… 클로드가 적으로 돌아선 이상
우리도 섣불리 움직여선 안 돼.
- 북동부에서 조금이라도 군사를 움직이면
바로 동맹군이 공격해 올 거다.
- 우리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전력을 나누어
견제와 요격을 철저히 하는 것뿐이겠군요.
- 이런 상황은 피해야 했지만, 양국이
손을 잡는다는 건 예상 밖의 일이었습니다.
- 멧돼지. 손 놓고 있을 거야?
이대로 가다간 밀리고 말 텐데.
- 궁여지책이긴 하지만…… 서부에서는
제랄트 용병단을 고용했다고 들었어.
- 마그드레드 가도에서 활약한 용병단이니,
이번에도 틀림없이 활약해 주겠지.
- ……결국 그런 전력을 최대한 이용해서
버티는 수밖에 없다는 말이군.
- 공작, 그리 비관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제국이 최근 급격히 개혁을 추진하는데……
- 동맹과 협조하는 것도 그렇고, 그런 변혁을
모두가 기꺼이 받아들이고 있진 않습니다.
- 왕국을 제압하고자 서두를수록
등잔 밑이 어두워지게 될 겁니다.
- ……즉, 제국은 내란이 일어날 거다?
- 그런 가능성에 기대하고 싶지는 않지만……
그런 소문도 있다는 이야기야.
- 묵은 관습의 철폐를 부정하지는 않아……
하지만 강행하면 나라가 내부부터 무너져.
- 우리도 최근 몇 년간은 개혁의 뒤처리에
계속 쫓겨 온 거나 다름없었으니까.
- 맞아…… 변혁에는 고통이 따른다고 하지만
졸속한 변혁은 되레 나라를 썩게 할 뿐이야.
- 서둘러야 하는 이유가 따로 있는 걸까요?
다른 나라에 강요하지 말았으면 좋겠는데.
- 서로 타협점을 찾을 수 있었다면
협조하는 길도 있었을지 몰라. 하지만……
- 우리는 이미 동료를 많이 잃었어.
애쉬도, 잉그리트도……
- 우리는 이미 많은 동료를 잃었어.
……잉그리트처럼 말이지.
- ………………
- ……그들이 무얼 위해 목숨을 잃었나.
그걸 생각하면…… 돌이킬 수가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