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어라, [HERO_MF].
뭐 해?
- 애쉬구나. 아니, 책을 좀……
넌 이 지침서 읽어 봤어?
- 아, 그 책? 읽었어. 몇 년인가 전에
레스터에서 유행한 전술 지침서지?
- 대수도원에 있을 적에 읽었는데, 어려운
표현이 많아서 읽느라 고생했었지.
- 확실히 꽤 어려운 책이긴 한데,
참고가 되는 부분도 있는 것 같아서.
- ……너, 코델리아령 산속 마을에서
태어나 자랐다고 했지?
- 응? 어, 그런데……
- 사관학교 시절부터 신경 쓰였던 건데
이런 난해한 문장도 잘 읽는구나.
- 귀족이나 유복한 집안 출신이었다면
읽을 수 있는 게 당연하겠지만……
- 대체 누구한테 배웠을까 싶어서.
……앗, 기분 상했다면 미안.
- 아니, 신경 안 써도 돼. 내게 글을
가르쳐 준 건 키워 주신 어머니야.
- 지금 생각하면, 그런 산속에서 지내는 게
이상할 정도로 박식한 분이셨지.
- 흐음…… 어쩌면
뭔가 사정이 있으셨을지도 모르겠네.
- 어머니는 옛날이야기를 안 하고 싶어 하셨거든.
과거에 대해선 아무것도 몰라.
- 그래도 무척 교양 있는 분이셨을 거라는
것만은 널 보면 알 수 있어.
- 글만이 아니라 계산이나,
지도를 보는 법도 알고 있었잖아?
- 성에서 자란 귀족이나 기사들과도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
- 기뻐한다
- 의문을 품는다
- 그래?
그런 말까지 들으니 좀 부끄러운데.
- 그만큼 잘 키워 주신 어머니께
감사해야겠네.
- 응. 너희 어머님은 틀림없이
대단한 분이셨을 거야.
- 으음, 그런가?
대단한 일은 아닌 것 같은데.
- 대단한 거야. 적어도 평민 중에 이렇게
읽고 쓰기에 능한 사람은 많지 않아.
- 애초에, 어려운 책 같은 건 못 읽어도
먹고사는 데에는 지장이 없으니까.
- 나도 로나토님을 만나기 전까지
책 같은 건 읽어 본 적도 없었어.
- ……듣고 보니 용병단에서 글을 아는 건
단장과 나 말고는 몇 명 없었던 것 같기도 해.
- 어머니는 대체 어디서
그런 지식을 배우신 걸까.
- 뭐, 어쨌든 어머니가 돌아가신 지금,
과거를 알 방법 따윈 없지.
- [HERO_M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