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렇군. 그럼 이반 가문은
블레다드가의 분가에 해당하는 건가.
- 네. 사실, 모든 귀족이 혈통을 거슬러
올라가면 거의 친척지간이긴 합니다만.
- 공작은 카론의 문장을 갖고 계시고, 선대의
선대께선 프랄다리우스의 소문장을……
- 그리고 그분의 선대는 왕가와 피가 이어져,
블레다드의 문장을 가진 분이셨다고 합니다.
- 어떤 문장이든 갖고만 있으면
가문을 이을 수 있는 거야?
- 뭐, 그렇죠. 예전엔 그 종류에
집착하기도 했겠지만……
- 지금은 피가 옅어지고, 다른 가문과의 혼혈도
많아져, 종류를 따질 여유가 없거든요.
- 다만, 문장은 가문에 전해지는 "영웅의 유산"을
다루기 위해 중요시되는 것이니……
- 보유한 유산에 맞는 문장을 가진 사람이
상속의 우선순위는 더 높습니다.
- 그렇구나. 너도 갈라테아가의 적녀지만
가진 문장은 다른 가문 거였지……?
- 퍼거스의 갈라테아 가문은 레스터의
다프넬 가문에서 갈라져 나와 생겨났습니다.
- 그래서 다른 가문에 비해 특수한 편이라……
아예, 문장 보유자가 상속받지 않는 일도……
- 너무 복잡하잖아, 나 참!
귀족의 관습은 왜 이리 항상 어려운 거야?
- 어려워도 제대로 공부해 둬야죠.
당신은 폐하 곁을 지키는 장수니까요.
- 교양을 익히지 않으면 당신의 부하들이
얕보이고, 폐하의 평판에도 흠이 생깁니다.
- 반성한다
- 뻔뻔하게 나간다
- 미안, 그렇지 참. 그래서 네게
「가르쳐 달라」고 부탁한 거였고.
- 어쩔 수 없잖아.
난 일개 용병일 뿐인데.
- 지금 당신은 책임 있는 자리에 있잖아요?
정말, 그런 변명은 안 통한다고요.
- ……으음, 그래서 무슨 이야기였더라.
잉그리트의 문장 얘기였나?
- 적녀인 데다 문장도 갖고 있으니,
넌 장차 가문을 잇게 되겠네.
- 그런데 기사를 동경했다던 건 어쩌게?
당주를 하면서 기사가 되겠다는 말이야?
- 그럴 수는 없어요. 그야 기사로서 왕을
지키는 것이 어릴 적부터 꿈이긴 했습니다만.
- 네 형제는 문장이 없다고 했던가?
누가 대신 계승해 줄 수는 없어?
- 큰오빠는 여차하면 본인이 가문을
이어도 된다고 말해 주시기는 했습니다.
- 결국 당사자의 의지와 가문의 재량이라서요.
문장을 지닌 자식이 잇는 게 보통이지만……
- 예외도 없진 않죠. ……하지만, 유산으로
사람들을 지키는 것은 왕국 귀족의 본분입니다.
- 또, 아버지뿐 아니라 갈라테아령 사람들도
당연히 제가 집안을 잇길 기대하고 있고요.
- 난 왕국 출신이 아니라서 솔직히
잘 모르겠지만, 꼭 그래야 하는 건가?
- 영주라는 위치에서도 왕을 지키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것 같은데.
- ……무슨 말씀이시죠?
- 아니, 어떤 용병 얘기가 생각나서.
다음에 가르쳐 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