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로드릭씨, 책 찾고 있어?
  2. 예. 『키홀 용병 총론』이란 책입니다. 좀 참고할 게 있어서요.
  3. 『키홀 용병 총론』…… 분명 사관학교에 있을 때 살짝 봤던 것 같긴 한데.
  4. 혹시, 다음 작전을 준비하는 거야?
  5. 예, 뭐…… 조금요.
  6. 뭐야, 로드릭씨. 당신치고는 별로 시원치 않은 대답이네.
  7. [HERO_MF]님, 제랄트 용병단과 싸웠을 때를 기억하십니까?
  8. 기억한다고 대답한다
  9. 기억이 애매하다고 대답한다
  10. 그렇게 격렬한 전투였는데. 잊어버릴 리가 없잖아?
  11. 그렇겠네요. 그 전투가 있었기 때문에 용병단 사람들도 가담해 준 것이니까요.
  12. 솔직히 싸울 때 무아지경이었던 탓에 자세한 건 기억이 안 나.
  13. 격렬한 전투였으니, 무리는 아닙니다. 그 전장에서 살아남은 것만으로도 대단하지요.
  14. 어떻게든 싸움의 주도권은 잡았지만 하나라도 잘못했으면 쉽게 패배했을 겁니다.
  15. 만약 그랬다면 본진을 맡고 있었던 저도 목숨을 잃었을 수도 있고요.
  16. ……확실히 위험한 전투이긴 했어. 내내 외줄 타기를 하는 듯한 기분이었지.
  17. 이래 봬도 군사를 거느리고 있던 몸인지라 그리 노련한 용병술을 보면 분해서 말이지요.
  18. 더 큰 그림을 보고 적의 움직임을 읽기 위해 위대한 선조들의 지혜를 빌리고자 했습니다.
  19. 성실하구나, 로드릭씨는. 이미 충분히 경험은 풍부할 텐데, 향상심도 있고.
  20. 그저 지는 걸 싫어할 뿐이지요. 저에겐 변경백과 같은 교활함도 없고……
  21. 선왕 폐하처럼 단신으로 전세를 뒤집을 막무가내식의 무용도 없습니다.
  22. 그래서 하나라도 더 정석을 익히려는 겁니다. 상대가 책사나 무인이라도 이길 수 있게 말이죠.
  23. 전에 당신이 자신과 펠릭스는 그렇게까지 닮진 않았다고 했지만……
  24. 그렇게 자신을 갈고닦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 점은 펠릭스와 판박이야.
  25. 아이는 부모를 닮는다는 건 사실일지도 몰라. 디미트리도, 실뱅도, 펠릭스도.
  26. 아이는 부모를 닮는다는 건 사실일지도 몰라. 디미트리도, 펠릭스도.
  27. 그렇게 시간을 들여 쌓아 온 노력이 당신을 강하게 만든 거겠지.
  28. 하하. 이번엔 겸손해하는 대신 순순히 받아들이도록 하지요. 감사합니다.
  29. 어쩌면 지금의 당신이라면 변경백이나 선왕과 싸우더라도 이길 수 있을지도 몰라.
  30. 아니, 글쎄요. 예전의 저에게 있어 그들의 등은 멀게만 느껴졌거든요……
  31. 그리고 변경백은 몰라도, 적어도 선왕 폐하의 등은 영원히 멀게 느껴질 겁니다.
  32. ……죽어 버린 녀석을 추월하는 건 불가능하니까.
  33. 하지만…… 그렇기에 계속 공부하는 겁니다. 영원히 닿지 않는 자의 등을 목표로 말이지요.
  34. ……좋아. 그럼 이번엔 내가 당신의 등을 쫓아가 볼게.
  35. 언젠가 반드시 넘어설 테니까 그때까지 죽지 마, 로드릭씨.
  36. 어이쿠, 그렇다면 쉽게 추월당하지 않게 저도 노력을 계속해야겠군요.
  37. ……그나저나, 『키홀 용병 총론』이라고 했지? 그런 거 잘 알 것 같은 녀석에게 물어보고 올게.
  38. ……다음 겨울엔 고향에 돌아갈 수 있을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