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피, 잠깐 괜찮아?
- 괜찮아. 왜?
- 사실, 네 과거 이야기를 들었거든……
그래서 이야기 좀 할 수 있을까 해서.
- 아~ 응.
들었구나.
- 딱히 즐거운 옛날얘긴 아니었지?
그래서, 뭔데?
- 우리 어머니에 관해서,
전에 하피가 이것저것 물어본 건……
- 내가, 너랑 같은 일을 겪었던 건 아닌지
걱정돼서 그런 거지?
- 그래.
넌 신기한 힘을 갖고 있잖아.
- 하피는 어렸을 때 이상한 사람들한테 잡혀서
어떤 아줌마의 실험 대상이 됐었어.
- 그 결과로 요런 체질이 되어 버렸거든.
그렇다고 곤란하지는 않지만.
- 난…… 적어도 실험 대상으로 쓰인
기억은 없어.
- 어머니도 많이 얘기해 주신 건 아니지만
그런 수상한 사람은 아니었던 것 같아.
- 마을 생활 면에서도 성실하셨다고 해야 하나,
최소한이지만 다른 주민들과 교류도 있었고……
- 생각해 봤는데, 아마 누군가에게 쫓기는
신세 같은 게 아니셨을까 해.
- 뭐였을까~ 그건 그거대로 궁금하지만,
아무튼 하피랑은 달라서 다행이야.
- 뭐, 넌 힘도 자유자재로 쓸 수 있으니
그 점도 하피랑은 다르잖아.
- 자신만만하게 끄덕인다
- 자신 없이 고개를 젓는다
- 그렇지, 이 힘을 자유자재로
쓸 수 있다는 자각은 있어.
-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안전하다고는
할 수 없잖아?
- 아니, 완전히 자유자재로 쓴다고는 못 해.
언제 무슨 일이 생길지는 모르잖아?
- 동화에 나오는 것처럼, 검에 잠식되어
괴물이 되어 버릴지도 모르고……
- ……만에 하나 그런 일이 생기면,
하피가 한숨 쉬어서 불러내 줄게.
- 그리고 하피랑 동료들의 손으로 마무리.
그야말로 동화처럼 말이야.
- 무서운 소리 하지 마.
하지만…… 만일의 경우에는, 그래. 부탁할게.
- ……나는 용병이니까,
써먹을 수 있는 건 뭐든지 써먹을 거야.
- 그게 올바르다는 자신은 없지만,
그것보다는 지금 당장 사는 것이 더 중요해.
- 사실은…… 하피처럼 최대한 쓰지 않고
위급할 때만 써야 하는 걸지도 몰라.
- 그런 선택을 할 수 있고, 쓰지 않을 수 있는
하피가 대단하다고 생각해.
- 그런가~
하피는 포기한 것뿐인데?
- 포기하지 않고 계속 노력하는 네가
훨씬 대단해. 그건 틀림없어.
- 하피가 더 대단하다며 양보하지 않는다
- 자신이 더 대단하다고 인정한다
- 아니, 하피가 더 대단해.
그건 양보 못 해.
- 알겠어, 그러면
내가 더 대단하다고 해도 되지만……
- 결코 하피가 대단하지 않다는 건 아냐.
- 진짜~ 뭘 그렇게 고집을 부리는지.
알겠어.
- 그럼, 이제 얘기 끝내도 돼?
하피, 몸 좀 움직이고 싶어졌거든.
- 그래, 고마웠어.
훈련하러 가?
- 맞아~
조금은 노력해 볼까 싶어서.
- 너도 한가하면 같이 어때?
그럼, 하피는 일단 먼저 갈게.
- 그나저나…… '실험 대상'이라.
그 꿈은 대체 뭘 뜻하는 거지?
- ……아르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