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기, 로드릭씨.
내 얘기 좀 들어 봐.
- 무슨 일이시죠, [HERO_MF]님.
그렇게 진지한 얼굴로……
- 결국 이번 겨울은 싸우면서
시간을 다 보내게 되었어.
- 하지만, 만약 전쟁이 다음 겨울 때까지
일단락되어서 북으로 돌아가게 되면……
- ……돌아가게 되면?
- 눈싸움하면서 놀아 보고 싶어.
- 디미트리한테 들었는데 퍼거스의
아이들은 겨울에 그러면서 논다며?
- 실은 아직 해 본 적이 없거든.
기왕 왕국에 있을 거면 해 보고 싶어서.
- ……하하하! 그렇군요, 좋은 생각입니다!
그게 꽤 깊이가 있는 놀이거든요.
- 여러 진영으로 나뉘어서 싸우면
전술의 중요성이 커져서 재밌어지거든요.
- 전술…… 눈덩이를 던지는 것뿐인데
상당히 본격적으로 하는구나……
- 제가 어렸을 적에 저와 선왕 폐하, 변경백
이렇게 셋이서 실력을 겨룬 적이 있었습니다.
- 비슷한 또래의 종사들을 각자 이끌고
겨울 산에 들어가서 싸웠지요.
- 후후…… 재밌었겠다.
전투의 결과는 어떻게 됐어?
- 우선 처음 희생양이 된 것은 저였습니다.
조용히 적의 동향을 살피고 있었는데……
- 선왕 폐하가 종사들을 적당히 싸우게 하고선
혼자서 적장인…… 저에게 기습을 가했습니다.
- 결국 누구도 그 녀석을 잡지 못하고
당연하다는 듯 패배를 맛보게 되었지요.
- 역시 디미트리의 아버지라고 해야 하나,
혼자서 돌격하기 좋아하는 건 똑같구나……
- 하하, 그렇게까지 당하니 그냥 분하다는
생각조차 들지가 않더군요.
- 문제는 변경백…… 마티아스 쪽이었습니다.
그는 옛날부터 아주 성격이 나쁜 자여서……
- 숲속의 곳곳에 복병을 배치하고
선왕 폐하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 눈싸움에 복병을? ……실뱅이
못된 꾀가 많은 것도 이해가 가네.
- 그래서, 어떻게 됐는데?
- 마티아스의 성격은 다들 알고 있었기 때문에
선왕 폐하도 복병을 피해 진군했다더군요.
- 그렇게 드디어 대장끼리
마주 보게 된 것까진 좋았는데……
- 저희보다 훨씬 나이가 많은 군나르……
지금의 갈라테아 백작이 온 겁니다……!
- 그는 저희 셋의 목덜미를 붙잡고는
설산은 위험하다면서 끌고 돌아갔지요.
- 역시 잉그리트의 아버지네.
결국 승부를 내지 못했다는 거구나.
- 그랬으면 셋 다 실망이 컸겠네.
후훗, 마무리까지 깔끔하게 지어졌구나.
- 벌써 몇십 년 전의 이야기지만
지금도 잊히지 않는 추억입니다.
- 올겨울, 혹시 설산에 놀러 가신다면
그때는 꼭 저도 구경하게 해 주십시오.
- 꼭 부르겠다고 대답한다
- 참가하지 않느냐고 묻는다
- 그래, 그렇게 되면 꼭 부를게.
뭐, 먼저 전쟁부터 끝이 나야겠지만.
- 하하하, 전쟁이 끝난다면 끝나는 대로
그때는 활개를 치며 놀아야지요.
- 당신은 참가 안 해도 돼?
디미트리나 변경백에게 얘기해 두면……
- 완전히 똑같은 상대는 아니어도
그때 일을 갚아 줄 수 있을지도 몰라.
- 음…… 그렇군요, 듣고 보니 그 말이 맞습니다.
그럼, 그때는 꼭 참가하게 해 주십시오.
- 겨울을 맞이하려니 마음이 무거웠습니다만
조금은 기대가 되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