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암…… 졸려……
어디 좋은 자리 없나……
- ………………
- 베르나데타?
……이런 풀숲에서 뭐 하고 있어.
- 푸헥!? 아무것도! 아무것도 안 해요!
두 사람의 사랑을 방해할 생각은……!
- 두 사람? 난 혼자인데……
아, 저거 말이구나.
- 아, 린하르트씨……? 맞아요!
산책하다가 발견하고 말았어요!
- 남녀 둘이 숲속에서 사, 사, 사……
- 살육전?
아직 죽진 않은 것 같은데.
- 사랑의 밀회 말이에요오! 어딜 어떻게 보면
싸우는 것처럼 보이는 건데요!
- ……그래서, 밀회 중인 두 사람이랑, 네가 여기서
쥐처럼 웅크리고 있는 거랑 무슨 상관인데?
- 숨어 있던 거예요! 남의 사랑을 방해했다간
원한을 살지도 모르잖아요오오!?
- 안심해. 저 사람들에게 있어서
너는 길가의 돌멩이나 마찬가지야.
- 돌멩이!? 베르는 돌멩이가……
아니 근데, 돌이 되고 싶을 때도……
- 거 봐, 그럼
그대로 굴러가면 괜찮을 거야.
- 몰래 데굴데굴……
그렇겠네요……
- ……가 아니라, 무조건 들킬 거예요!
대충 말하지 말아 주세요오오!
- 괜찮아. 이렇게까지 떠들어도 모르는데,
저 둘은 자기들만의 세계에 빠져 있을걸.
- ……그나저나 잘도 저러네. 내일 죽을지도
모르는 사람들끼리 사랑을 속삭이다니.
- 네? 내일 죽나요!?
- 둘 다 전선에 설 예정인 병사들이잖아?
장밋빛 미래를 상상하긴 어렵지.
- 그렇지 않아요!
- 사랑을 맹세한 두 사람이 운명을 뛰어넘어
재회하는 게 이야기의 정석적인 흐름이잖아요!
- 으음, 현실에서는 안 이루어지는 일이니
이야기로 쓰이는 거 아닌가?
- 하, 하지만, 사랑을 맹세한 두 사람이
다신 못 만나는 이야기도 많이 있어요!
- 그거야, 현실에서도 자주 있는 일이니
이야기로 쓰이는 거라고 생각하는데.
- 어느 쪽인가요! 베르는 저 두 사람이
행복해지리라고 믿을 거예요!
- 그러면 좋겠지만, 현실은 잔혹한 법이니까.
아, 말을 너무 많이 하니 지친다……
- 에엥!? 여기서 주무시면 안 되죠!
잠깐만요!
- 쿨…… 쿨……
- 이, 이왕 이렇게 된 거…… 돌멩이가 되어
몰래 굴러가기 작전이에요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