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럼 그 건은 내가 처리하지.
너는 아버지에게 편지를 전해 줘.
- 예, 알겠습니다.
- 어이쿠, 두두잖아.
왜 그래, 무슨 볼일이라도?
- ……아니. 그냥 지나가는 길이다.
- 그래? 그런 것치고는
뭔가 할 말이 있는 것 같은 얼굴인데.
- ……네 모습을 보고 감탄하고 있었다.
- 감탄? 무슨 소리야?
- 사관학교에 있었을 땐
네 안 좋은 소문을 자주 들었었다.
- 여자와 놀러 다니고, 훈련은 게을리하고……
폐하도 자주 골머리를 앓으셨었지.
- ……변명의 여지도 없사옵나이다.
- 아니 뭐, 그래도 지금은 이렇게
성실하고 진지하게 일하고 있잖아?
- 그건 당연한 일이다.
- 네……
- ……하지만 네가 마음을 고쳐먹은
이유에는 흥미가 생겼어.
- 마음을 고쳐먹다니, 과장이 심하네.
더 단순 명쾌한 거야.
- 봐 봐, 지금은 폐하도 펠릭스 녀석도
훌륭하게 자기 일을 하고 있어.
- 동생뻘인 애들이 고생하는데, 나만 일을
내던지고 놀러 다닐 수도 없는 노릇이잖아.
- ……동생뻘.
- 그래. 지금의 그 녀석들에게 그다지
꼴사나운 모습은 보이고 싶지 않거든.
- ……그렇군.
- 내게도 여동생이 있었어.
네 마음은 이해가 된다.
- 여동생이 「있었다」라……
- 저기, 괜찮으면 얘기해 줄래?
네 여동생이 어떤 애였는지.
- ……음. 꽃을 좋아했어.
곧잘 화관을 만들어 주곤 했지.
- 그리고…… 한번 마음먹으면 끝까지
관철하는 고집스러운 구석도 있었어.
- 그렇구나. 아주 가련하고도
올곧은 아가씨였겠네.
- ……아무리 너라도
죽은 여자는 못 꼬드긴다.
- 꼬드기고 자시고
난 솔직한 느낌을 말했을 뿐이야.
- 하지만 혹시 살아 있었다면 지금의 나였어도
계속 꼬드기려고 했을지도 모르겠군.
- 그러고는 동생을 아끼는 착하고도
무서운 오빠에게 혼쭐나고 있었겠지.
- 훗…… 그럴 수도 있겠군.
- 실뱅. 이 싸움이 끝나거든
더스커의 땅을 방문해 봐.
- 변변치는 않다만…… 묘가 있거든.
기회가 된다면 안내하지.
- 그거 좋네. 그때가 되면
무진장 큰 꽃다발을 준비해 갈게.
- ……그래.
분명 동생도 기뻐할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