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휴…… 좋아, 이 녀석으로 끝인가. 거들게 해서 미안하다, 실뱅.
  2. 아니, 오히려 내가 고마워해야지. 설마 첩자가 있을 줄은 몰랐어.
  3. 난 첩자를 하던 인간이었으니까. 녀석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대충 알거든.
  4. 적도 제법 능숙한 것 같긴 했지만, 너랑 마찬가지야. 적의를 감추는 게 서툴러.
  5. 이쯤 되니, 그냥 네가 너무 예리한 것 같기도 한데 말이지……
  6. 그야 익숙해서 그렇지, 익숙해서. 그보다 난 너 때문에 더 놀랐다고.
  7. 첩자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알려 주자마자 네 일 처리가 얼마나 빠르던지.
  8. 마치 데이트라도 가는 것처럼 태연하게 첩자 제거에 나서는 녀석은 처음 봤다.
  9. 그런 문제는 얼른 처리하는 게 낫잖아. 폐하도 사후 보고로 화낼 분은 아니고.
  10. 중요한 건 우리가 전쟁에 이기는 것…… 정보 하나로 승패가 갈리는 게 전쟁이니까.
  11. 뭐, 설령 정보 면에서 우위를 점했다 한들 무력의 차이 때문에 지는 경우도 있지만.
  12. 아리안로드 전투가 좋은 예지. 그땐 나도 완전히 이긴 줄 알았는데……
  13. ……충분히 호된 꼴을 당했었다고. 그건 기사단이나 형의 분투가 낳은 승리였어.
  14. 거기서 사투를 벌인 상대에게 이제는 등을 맡기고 싸우다니, 묘한 일이지.
  15. 네 입장에서는 형의 원수잖냐, 나는. 동료로 들이기도 심란했겠지.
  16. 그렇지 않아. 널 아군으로 들여서 전쟁에 이길 수 있으면 난 그걸로 족해.
  17. 처음 만났을 땐, 그저 네가 신뢰할 만한 상대인지 판단할 수 없었을 뿐이었고……
  18. 흐음…… 그래서, 지금은 어떤데? 나는 신뢰할 만한 상대인가?
  19. 지금까지는. 게다가 이번엔 네 직감의 도움도 받았고.
  20. ……하지만, 여긴 내가 지켜야 할 장소야. 배신하면 어떻게 될지는 너도 알지?
  21. 가벼운 척하면서 의외로 충신이시군. 그런 올곧은 녀석은 싫어하지 않아.
  22. 안심해, 아직 배신할 예정은 없으니까. 앞으로도 계속 사이좋게 지내자고, 도련님.
  23. 그래, 그러자. 넌 여러모로 말이 통하니까 나도 이상하게 마음이 편하거든.
  24. 호오, 서로 같은 마음이라 이건가? 밀회는 언제든 환영이다만……
  25. 그때는, 처음 만났을 때보단 나은 대사로 꼬셔야 할걸? 정말 심각했으니까!
  26. 「안녕, 아기 새처럼 가련한 아가씨! 괜찮으면 저쪽에서 잠시 얘기나……」
  27. 아 정말, 여자애로 착각한 건 미안하다니까. 몇 번이나 사과했잖아!
  28. 아하하하! 차기 고티에 변경백을 놀려 먹을 거리가 생겼군그래!
  29. 난 딱히 사과를 바라는 게 아니야. 얼굴이 이러니, 착각하는 녀석도 더러 있거든.
  30. 오히려, 여자인 척을 해서라도 너와 얘기할 걸 그랬다는 생각까지 해.
  31. 차기 변경백 각하와 장래를 염두에 두고 교제할 수 있다니 더할 나위 없잖냐.
  32. 참 열렬한 구애가 다 있군…… 딱히 기분 나쁘지도 않은 나도 제정신이 아니야.
  33. 그렇지? 사람을 꼬실 땐 이렇게 하는 거야, 실뱅.
  34. 나 참…… 정말 적으로 돌리기 싫은 녀석이야. 네가 출세한 이유도 어쩐지 알 것 같다.
  35. 앞으로도 잘 부탁해. 서로 장래를 염두에 둔 교제라는 걸 해 보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