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렇게 너와 또 같은 전장에서
싸우게 될 줄이야.
- ………………
- 솔직히, 전혀 기대하지 않았어.
그만큼 기쁘기도 하네, 이렇게 되어서.
- 그래, 그러게.
- 하하핫!
너의 그 무뚝뚝한 성격도 여전하구나!
- 「나도 기쁘다」는 말 한마디 정도는
해 줘도 되잖아.
- 기대에 못 미쳐서 미안하게 됐네.
- 아니, 옛날 생각나고 좋네.
넌 그런 녀석이었지.
- 그러고 보니, 너……
기사단을 그만둔 뒤로는 뭐 하고 지냈어?
- 레스터에서 용병으로 있었어.
가장 얽힐 것이 없는 곳이니까.
- 너도 그걸 알고서 날 부른 것 아니었어?
- 아, 아리안로드에서 싸웠을 때 말하는 거야?
그건 내 이름을 이용해……
- 기사단이 광범위하게 용병을 모집했던 거야.
그중에 네가 있던 건 예상 밖이었지.
- 그렇구나…… 정말 단순한 우연이었군.
- 그래서, 넌 어떤데?
여전히 레아씨의 「검」 역할을 하고 있는 거야?
- 레아'님'이거든. 뭐, 넌 이미 세이로스 기사가
아니니까 상관없나……
- 아무튼, 어디서 휘두르고 있든지
내 검은 레아님을 위한 거야.
- 훗……
- 그나저나 참, 네가 레아님에게 입은
은혜는 다 갚았다면서……
- 수도원을 갑자기 나갔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땐
아무리 나라도 화가 나서 얼굴이 붉어졌었다.
- 아이고 저런, 무서워라.
역시 직접 말하지 않고 나오길 잘했네.
- 장난하냐, 베어 버린다!
라고 하고 싶다만…… 부정은 못 하겠군.
- 레아님도 나를 타이르셨거든.
- 샤미아는 포드라 사람도 아니니
교단의 삶을 강요할 수는 없다면서.
- 아무래도 또 은혜를 입은 모양이네.
작긴 하지만.
- 무슨 소리야, 은혜는 무슨 은혜.
설마 진짜로 벨 리가 없잖아?
- 뭐, 그렇다고 믿고 싶네.
그 후로 수많은 녀석과 함께 싸웠지만……
- 너 말고는 후방을 맡길 만한 녀석이
나타날 기미가 안 보였거든.
- 흐음. 그 말은 내가 곁에 없어서
외로웠다고 해석해도 되는 거지?
- ……!
너도 제법 말솜씨가 좋아졌구나.
- 그래, 외로웠어. 내가 가는 길과 너의 길은
다시는 만나지 않을 거라 생각했거든.
- 그렇게 되지 않아서 기쁘다, 나는.
- ………………
- 정말 변하지 않는구나, 넌!
나도 같은 마음이야.
- 내 파트너는 너 말고는 없으니까……
- 또 아무 말 없이 사라지면
용서하지 않을 거다!
- 후후, 다음에 사라질 때는
너도 같이 끌고 가 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