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해의 달 2번째 날, 흐림 만용을 부리는 팔미라의 대군 앞에 우리는 전선이 밀려, 포드라의 목에 급조한 요새에 틀어박히게 되었다. 만약 이 요새가 함락됐다간 팔미라의 레스터 침입을 허용하게 된다. 무슨 수를 써서든 막아야 한다.
청해의 달 5번째 날, 흐린 뒤 비, 강한 바람 공세가 끊이지 않는 팔미라에게 우리는 특기인 활로 응전했으나, 비바람 때문에 조준이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 내일 제국군 궁사대의 증원이 도착한다고 들었지만, 이런 날씨가 이어진다면 궁병은 전력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어떻게 해야 하나……
청해의 달 6번째 날, 비, 강한 바람 폭풍우가 이어지고 있다. 합류한 제국 궁사대가 쏜 화살은 아니나 다를까, 허무하게 바닥에 꽂힐 뿐이었다. 제국군에는 참모로 보이는 남자가 있었으나 도움은 안 될 것 같다. 그는 뭔가 기구를 사용하거나 종이에 숫자를 적느라 바빴고, 작전 하나 제시하지 않았으니까.
청해의 달 7번째 날, 흐림, 강한 바람 참모 같은 남자가 갑작스레 제국과 동맹의 궁병을 모아 각각 상세한 숫자를 보여 주고, 노려야 할 방향과 각도를 수정하도록 말했다. 반신반의하면서도 지시대로 수정해서 활을 쏘니 화살은 놀랍게도 적에게 명중했다. 「계산대로다」라고 말한 그는 사실 수학자였다!
청해의 달 10번째 날, 쾌청, 바람 없음 적의 공세가 약해짐과 동시에 바람도 멎었고 겨우 반격의 기회를 잡았다. 수학자님이 없었더라면 지금까지 버틸 수 없었을 것이다. 승리한 후에 혹시라도 재회할 수 있다면 꼭 전할 것이다. 수학자님이야말로 이 전쟁 최고의 공로자였노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