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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 여기는 이런 느낌이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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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어, 린하르트. 밖에서…… 그림을 그리다니, 별일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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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그린다기보다는…… 비룡의 모습을 옮겨 담는 중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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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려나, 저 언덕 위에 말이야. 야생 비룡이 휴식을 취하고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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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그렇군. 신기한데. 그래서, 어떤 그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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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예술성은 잘 느껴지지 않지만 뭐랄까, 소름 끼치게 정확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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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비늘 모양만 해도 저기에서 그대로 가지고 온 듯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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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그림이 아니라니까. 연구에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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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는 정확할수록 좋거든. 숫자나 보고도 그렇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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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연구용으로 용도를 한정 짓는다면 정확성만이 요구되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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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 난 예술 같은 건 잘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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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건 잘 아는 사람이 그리면 돼. 특이한 감성을 가진 베르나데타라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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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건 잘 아는 사람이 그리면 돼. 특이한 감성이 필요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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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게 그림으로서 평가받는 시대가 올지도 모르는 일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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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음, 무슨 근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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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어. 먼 미래의 사람이 과거를 상상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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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예술보다도 그저 있는 모습 그대로를 묘사한 그림이 가치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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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사람이 고대 예술품을 귀하게 여기는 건 달라지지 않을 거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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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그런 기호를 가진 사람 중 하나 아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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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이지. 그 부분은 부정할 필요도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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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창조적이고 위대한 예술품 옆에 이 단정하게 옮겨 그린 그림이 나란히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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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미래를 상상하고 말았어. 너도 한번 그 광경을 상상해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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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항상 긍정적인 이야길 하는구나. 언제나 미래를 직시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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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그렇지 않다는 뜻인가? 나는 너도 충분히 긍정적이라고 생각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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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나는 미래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사람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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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안 하고 잠만 잘 수 있는 미래를 위해 지금 자지 않고 있는 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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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롭지만…… 내 입장에서는 지금도 미래에도, 네게 부탁하고 싶은 게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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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은, 나를 그려 주는 건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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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난 그림을 그리는 게 아니라니까. 그냥 네 모습을 그대로 옮길 건데 괜찮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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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그랬으면 좋겠어. 분명 먼 후손들이 나를 생각해 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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뭣하면, 네 연구에 써도 좋아. 귀족을 대표하는 사나이의 모습으로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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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 그리는 것 자체는 상관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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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너를 연구할 생각은 전혀, 조금도, 티끌 하나만큼도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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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자신감의 원천이 어디인지 궁금하기는 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