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너희는 서쪽 성벽으로 가라.
성안 경비는 이쪽에서 맡겠다.
- 예, 알겠습니다!
- ……그렇게 일하는 네 모습을 보는 것도
꽤 오랜만이네.
- 하하, 그건 내가 할 소리야.
- 네가 세이로스 기사단을
그만둔 지도 벌써 2년……
- 설마 이런 데서 다시 만날 줄은 몰랐네.
- 불려서 왔을 뿐이야.
그건 그렇고……
- ……뭐야.
불만 있으면 빨리 말해.
- 불만은 무슨. 도적 출신 장수라기에
어떤 녀석이 올지 걱정했는데……
- 지휘도 정확하지, 전술 이해도 깊지.
제대로 된 병력 통솔법까지 잘 알잖아.
- 도적 중에도 용병술에 능한 자들은 있어.
확실히 드물기야 하지만.
- 흥…… 농성전을 하는 법은 어릴 적에
지긋지긋할 정도로 교육받았으니까.
- 과연 고티에 변경백의 적자 출신이군.
네 소문은 어릴 때 몇 번인가 들어 봤어.
- 한번 겨뤄 보고 싶다고 생각했었는데,
설마 파문당할 줄은 생각도 못 했지.
- 쳇…… 입 다물어. 그딴 빌어먹을 집구석,
내 발로 나온 거나 마찬가지야.
- 용케 지금까지 살아 있군.
- ……해야 할 일이 있다더라고, 내가.
- 문장이 있든 없든, 정직하게 일해서
출세할 수 있다는 걸 보여 주라나 뭐라나.
- 안일하기 짝이 없어 신물이 다 나더군……
문장이 있는 왕한테 그런 소리 들어 봤자지.
- 흐음…… 그렇게 말하는 것치고는
의욕적으로 전투에 임하던데?
- ……그래, 맞아.
그 누구보다도 안일한 건 나 자신이야.
- 「과거의 죄는 귀공을 계속 옥죄겠지만
문장의 저주는 그렇지 않을 것이다」……
- 그런 소릴 듣고서, 문장이 있는 놈과
없는 놈이 뒤섞인 부대를 떠맡았으니.
- 멍청하게도…… 그럴듯한 소리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니까, 나란 놈은.
- 카, 카트린님! 성안에 적군이!
문은 모두 봉쇄되어 있었습니다만……!
- 여긴 아리안로드야. 우리가 모르는
비밀 통로가 있다 해도 이상할 건 없지.
- ……전 성주였던 로베 백작은 전사했잖아?
그 밖에도 성 구조를 아는 자가 있었다니.
- 지원군이 올 때까지 우리가 버틴다.
들어온 녀석들은 닥치는 대로 베어 버리자!
- 적의 숫자를 알고나 하는 소리야?
하아…… 기어이 죗값을 치를 때가 왔나.
- 장군이 그 모양이면 싸우기 전부터 지겠다.
- 뭐야? 이 자식이…… 아니, 됐다.
어이, 살아남고 싶거든 잘 들어 봐.
- 이런 요새들은 대개 탈출용
통로의 위치도 거기서 거기다……!
- ……아리안로드 내부에서
이미 전투가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 아무래도 성 밖과 이어진
비밀 통로로 침입한 듯하다고……
- 혼잡한 전투일수록
나도 더 공적을 올리기 쉽지.
- 혼잡한 전투일수록
나도 더 공적을 올리기 쉽지.
- ……든든하군. 모두, 준비는 됐나? 여기서
황제를 포함한 제국군에게 타격을 준다.
- 있는 힘을 다해 싸우기 바란다.
자, 나를 따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