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마워, 클로드.
네게 큰 빚이 생겨 버렸네.
- 그러게, 정말. 우리한테 빚을 지워야 하는데,
입장이 역전돼 버려서 안타깝게 됐어……
- 클로드, 그게 대체 무슨 뜻이야?
빈정댈 거면 빚은 없는 셈 칠 거야.
- 아니 그게, 로렌츠가 그런 말을 했었거든.
미안, 그냥 혼잣말이야…… 큭큭.
- ………………
- 그나저나, 바로 추격에 나서야 하겠지만
잠깐 이야기 좀 할 수 있을까?
- 그래, 상관없어.
무슨 일이야?
- 제국과 연방국이 현재 공동 전선을 펼쳐
왕국과 싸우는 중이긴 하지만……
- 나는 딱히 왕국을 멸망시키고 싶지는 않거든.
왕국이 보호하는 중앙 교회가 목적이지.
- 왕국과 중앙 교회는 이미 한 세력으로 봐도
무방하다고 생각하는데?
- 정말 그럴까?
디미트리가 중앙 교회를 보호했을 당시는……
- 애초에 피할 수 있는 정세가 아니었어. 만약
거절했다면 국내가 혼란해져서 분단됐겠지.
- 하지만 지금은 어때? 중앙 교회를 떠안고서
전쟁을 계속할 이점이 줄어들었잖아?
- 제국의 남방 교회 말고도, 연방국의 동방 교회
또한 중앙 교회에서 떨어져 나와 활동하고 있어.
- 디미트리도 내심 중앙 교회의 존재를
골치 아파하고 있을 것 같은데?
- 왕국에도 서방 교회라는 게 있고 말이야.
- 글쎄. 퍼거스는 다른 지역보다
대사교와 중앙 교회의 권위가 강해.
- 게다가 만약 디미트리의 본심이 그렇다
하더라도, 주위에서 받아들이지 않을걸.
- 실제로, 아직까지 왕국은 중앙 교회를
잘라 내지 못하고 있어. 지금, 이 순간에도.
- 흠…… 지금부터 하는 얘기는 내 망상,
아니 그저 지레짐작일 뿐인데 말이야.
- 이번에 녀석이 대수도원을 노린 건
교단과 거리를 두고 싶어서였다고 생각해.
- 레아씨의 신병을 왕국에서 대수도원으로
되돌려, 관계를 끊을 기회를 엿보려 한 거지.
- 흥미로운 추측이네.
뭐 근거라도 있어?
- 아니. 다만, 전장에서 디미트리를 보고
내가 그리 느꼈을 뿐이야.
- 솔직히, 여기에 와서 싸우기 전까지는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지 못했어.
- 애초에 우리는 이 전투에서 레아씨를
쓰러뜨릴 생각이었기도 하고.
- 그랬구나. 더 일찍 눈치챘더라면, 모른 척하고
날 죽게 내버려 두는 선택지도 있었을 텐데.
- 중앙 교회가 대수도원을 되찾고 왕국과
떨어지는 편이 네겐 더 좋은 상황이니까.
- 무슨 소리야, 나는 네가 죽는 것도
바라지 않는다고.
- 후후…… 설령 거짓말이라도
그렇게 말해 주니 기쁘네.
- 마음속에서 우러나온 진심인데……
손톱만큼도 전해지지 않아서 유감인걸.
- 뭐, 좋아.
너는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
- 나는 나대로, 내가 할 수 있는 걸 할 테니까.
이 전쟁의 끝을 목표로 말이야.
- ……그래.
전쟁을 끝내자. 지금은 그게 가장 중요해.
- 나는 왕국군을 쫓아 서쪽으로 가겠어.
아리안로드를 함락시키고, 왕국을 제압할 거야.
- 난 세이로스 기사단을 쫓아 북쪽으로 가려고.
대사교 레아를 무찔러 중앙 교회를 해체해야지.
- 우리가 가는 길에서
서로 부딪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클로드.
- 만약 그렇게 되면, 그때 오늘 네가 진
큰 빚을 돌려받기로 할게, 에델가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