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디미트리, 오늘은 모처럼 휴가잖아?
왜 그렇게 어두운 표정이야?
- 아니…… 심란해서.
- 다들 바쁘게 일하는데, 아무것도
안 하고 있자니 무척 답답하군……
- 딱히 며칠씩 쉬라는 것도 아닌데.
가끔은 느긋하게 지내면 좋잖아.
- 네 나쁜 버릇이야.
왜 그렇게 일을 하고 싶어 안달인지.
- 그게 내 의무……
아니. 내가 그런 식으로밖에 살 수 없어서야.
- 왕의 아들로서 포드라에 태어난 이상,
이 목숨은 처음부터 내 것도 아니고……
- ……그 참극에서 살아남은 나만이
짊어질 수 있는 사명이 있다고 생각해.
- 이해한다고 말한다
- 부정한다
- 뭐, 이해 못 할 마음은 아니야.
- 나도 용병단이 괴멸됐을 땐
좀 마음이 복잡했으니까. 하지만……
- 이해가 안 돼. 그렇다고 해서
왜 너 혼자 짊어져야 하는데?
- 주변에 부담을 주지 않으려 했다가,
결국 모든 일이 잘 안 풀리면……
- 넌 그거에 만족할 수 있겠어?
- ……난 모두를 조금이라도 행복하게 하고 싶어.
그날 죽은 자들도, 지금을 사는 사람들도.
- 그런 이상을 아무 희생도 없이
이룰 수 있으리라고는 나도 생각하지 않아.
- 하지만 내 이상 따위에 휘말린 탓에
다른 누군가가 고통받는 건 용납할 수 없어.
- 혼자 짊어질 수 있는 짐은, 그냥 짊어지고
마는 게 훨씬 편해. 내 입장에서는.
- 모두를 행복하게 하고 싶다지만,
네 행복은 어디에 있는데?
-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지 못하는 녀석이
주변 녀석을 어떻게 소중히 여기겠어?
- 그리 말하면 반박할 말이 없군.
하지만 내 행복이라…… 난감한걸.
- 그런 건 지금까지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
행복. 행복……이라. 뭘까.
- 왜 모르는 건데.
네가 기쁘다고 느끼는 건 어떤 때야?
- 못 이기던 상대를 이겼을 때나, 승리해서
살아남은 뒤의 연회나, 그런 거 있잖아.
- ………………
- 내게 그런 행복을 누릴 권리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혹시 허락된다면……
- 사람들이 평온히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들어서
그들의 웃음을 보며 죽고 싶어. 나는.
- 너…… 전부터 계속 생각하던 건데,
진짜 더럽게 우울한 성격이다?
- 왜 행복에 대해 떠올리는데
하필이면 죽는 순간이 튀어나오냐?
- 우울…… 그런가?
하지만 달리 행복이랄 게…… 어렵군.
- 다른 거 더 없어? 예를 들면 어서 전쟁을
끝내고 다 같이 승리를 축하한다거나.
- 두두나 다른 녀석들에게 말하면
분명 기뻐하며 성찬을 차려 줄 거야.
- ……아니. 내게 그런 건 과분해.
- 하지만 너희가 기뻐하는 표정을 볼 수
있다면, 그것도 괜찮을지도 모르겠군.
- ……하아. 확실히 넌
「백성을 생각하는 인자한 왕」이 되긴 했구나.
- 그건 좋아. 바꿀 수 없는 천성이랄까,
네가 평생 짊어지고 가겠지.
- 그럼 우리가 네 몫까지
멋대로 널 소중히 여기겠어. 알겠지?
- 그 시작으로 휴가를 만끽하게 해 주마.
먼저 나들이다, 디미트리!
- ……고맙다, [HERO_M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