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HERO_MF], 바쁘지 않으면 또 이야기 좀 들어 주겠어?
  2. 나야 상관없지만, 너한테 나랑 잡담할 시간이 있어?
  3. ……아, 너라고 부르면 실례인가. 이젠 왕이었지, 폐하.
  4. 호칭은 편하게 불러도 돼. 나는 나야.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어.
  5. 하지만 네가 레스터 왕이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땐 깜짝 놀랐다고.
  6. 설마 동맹을 국가로 바꿔 버릴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으니까.
  7. 이봐, 네가 말했던 거잖아. 벌써 잊었어?
  8. 생각나는 것 같다
  9. 기억나지 않는다고 한다
  10. 생각났다, 그때 얘기지?
  11. 정말 생각난 거 맞아? 수상한데.
  12. 미안, 전혀 기억이 나질 않아.
  13. 정말로 기억 안 나? 너답다고 한다면 너답네.
  14. 빠르게 결단을 내릴 수 있게 합의제 따윈 그만두면 어떻겠냐고 했잖아.
  15. 아아…… 확실히 말했던 것 같긴 한데, 연방국을 세운다는 발상은 없었거든.
  16. 똑같은 거야. 합의제를 없애기 위해 연방국을 세운 거니까.
  17. 흠, 듣고 보니 그런가.
  18. 하지만 너란 녀석은 참 신기해. 무심코 솔직하게 뭐든 말하고 싶어져.
  19. 너라는 사람은 얽매일 게 없으니까 말하기 쉬운 걸지도 모르겠네.
  20. 확실히, 얽매이는 것과는 무관하게 살아왔지. 천애 고아, 유랑 용병이었으니까.
  21. 분명…… 주워 온 자식이랬지?
  22. 그래. 주워졌을 무렵의 기억은 없지만, 어머니한테 그렇게 들었어.
  23. 어머니라면 널 길러 주신 분인가. 어떤 분이셨어?
  24. 글쎄…… 뭐든 할 수 있는 사람으로, 나에게 여러 가지를 알려 주셨었지.
  25. 산속 작은 마을에서 그럭저럭 살면서 다른 마을 사람과 교류도 적었지만……
  26. 어머니가 병으로 급사하시고, 마을 밖으로 내던져진 내가 무사히 살아갈 수 있었던 건……
  27. 그때까지 어머니가 가르쳐 주신 여러 가지 덕분이었어.
  28. 그 뒤로는 혼자서 살아온 건가?
  29. 그래, 줄곧 말이야. 마을을 떠나 용병이 되었지만……
  30. 좀처럼 오래가는 용병단을 만나지 못하고 여기저기 유랑하는 처지가 됐지.
  31. 그게 계속 이어진 결과 얽매일 게 없는, 나 같은 녀석이 생겨난 거고.
  32. 그렇구나…… 너라는 사람을 조금 이해하게 됐어.
  33. 뭐, 정말로 얽매일 게 없는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34. 네 힘을 말하는 건가?
  35. 그래. 친부모도, 힘의 정체도 나는 아무것도 모르니까.
  36. 그렇다 해도, 너는 너야. 왕이 되어도 내가 나인 것처럼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