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네트, 이렇게 늦게까지 연구라도 하는 거야?
- 아니, 연구하는 게 아니고.
잠깐 이걸 쓰고 있었어.
- 뭐야, 이 검은 벌레가 날아다니는 듯한
그림은……
- 그림이 아니라 악보거든!
벌레가 뭐야, 벌레가.
- 미안, 미안…… 이게 악보구나.
혹시 또 새로운 곡을……?
- 맞아. 좋은 곡이 떠오른 김에,
까먹지 않게 적어 두고 싶어서!
- 들려 달라고 부탁한다
- 어떤 곡인지 묻는다
- 괜찮으면 들려주지 않을래?
어떤 곡인지 궁금한데.
- 안 돼. 아직 가사를 다 못 정했거든.
방향성은 대충 정해지긴 했지만.
- 어떤 곡이야?
악보를 못 읽으니 전혀 짐작이 안 가서.
- 신나는 느낌으로 가려고 생각 중이야.
아직 가사는 다 못 정했지만.
- 모두가 의지할 버팀목이 되는……
노래만 불러도 힘이 나는 곡을 만들고 싶어.
- 의지할 버팀목이 된다, 라.
완성이 기대되는데.
- ……있잖아, [HERO_MF].
그 기사 노래, 기억해?
- 기사? 아, 그 사람 얼굴을 한 말…… 크흠.
기사 노래 말이야? 당연히 기억하지.
- 나, 또 그 노래를 들었어.
- 아네트…… 이제 포기하라니까.
원흉인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 아니야. 그런 얘기가 아니라……
어떤 용병이, 죽기 직전에 부르고 있었어.
- 온몸에 상처를 입고, 숨도 끊어질 듯했는데
그 노래를 흥얼거리며 즐거운 듯이 웃더라.
- 무척 괴로웠을 텐데, 어떻게 그런 표정을
지을 수 있었을까 싶어서.
- 아마, 동료들과 즐겁게 마시고 노래하던
기억이라도 떠올리고 있었겠지.
- 전투가 끝난 후의 연회는 늘 그러니까.
용병과 기사가 뒤섞여 노래하고 떠들고.
- 그럴……지도. 그 사람을 추도하면서
나, 계속 생각해 봤어.
- 그 가사는 본의 아니게 퍼진 거고,
솔직히 말해 아직도 마음에 안 들지만……
- 그 사람이 마지막 순간에 쓸쓸해하지
않았으니, 그걸로 된 게 아닌가 싶더라.
- 말했지? 아네트의 노래에 누군가가
의지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 분명 그 용병 말고도 네 노래에 구원받은
녀석들이 많을 거야.
- 당장 나만 해도, 힘들 때는 네 웃기는
노래를 떠올리면서 힘을 되찾으니까.
- 그 말은, 그러니까 내 가사가……
……아니, 됐어. 그냥 기뻐하지 뭐.
- 좋아. 그럼 앞으로도
여러 노래를 써야겠네!
- 바로 그 자세야, 아네트. ……그래서,
그 곡의 가사는 어떤 내용으로 할 생각이야?
- 일단은, 동료나 친구들과 함께 요리 주변에
둘러앉아 부르는 노래로 하려고.
- 맛있어 보이는 요리가 차례차례 나오고,
그걸 다 같이 즐겁게 먹는 거야.
- 듣기만 해도 배가 고파질 듯한
즐거운 노래가 될 것 같은데.
- 그치? 그다음엔 더 먹을 음식을 만들려고
사냥에 나서게 되는데……
- ……응?
- 말도 안 되게 큰 곰하고 마주쳐서,
동료들과 함께 사투를 펼치게 돼.
- 곰이랑 사투……?
즐거운 식사는 어쩌고……?
- ……뭐, 완성을 기다려 볼까.
다 만들면 제일 먼저 들려주기다?
- 응, 약속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