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으음? 누군가 했더니 [HERO_MF]군이었군.
마침 잘됐어.
- ……나한테 뭔가 볼일이라도?
- 아니, 한 번쯤 느긋하게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었거든…… 뭐, 편하게 있어도 된다.
- 그렇지 않아도 편하게 있었는데……
- 너는 출신이 애매하더군.
게다가 유래가 불확실한 힘도 지니고 있고……
- 그런 너를 전선의 지휘관으로 기용하다니
클로드도 참 대담한 짓을 했어.
- 그런 너를 전선의 지휘관으로 기용하다니
황제 폐하도 참 큰 결단을 내렸어.
- 그 정도까진 아니지 않나……?
- 어라? 이해하지 못한 모양이군.
네가 처해 있는 특이한 입장에 대해서.
- 레스터에서는 제후가 각자 기사를 고용하고,
제후의 뜻을 받아들인 기사가 병사를 움직여.
- 본래 국가 간의 전쟁이란 건, 귀족과 귀족을
섬기는 기사가 병사를 움직여서 행해지는 거야.
- 하지만 너는 기사도 아닌 평범한 용병이다.
게다가 누구도 섬기지 않고 병사를 움직이지.
- 섬기지 않아도, 맹주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니까 문제는 없지 않나?
- 섬기지 않아도, 황제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니까 문제는 없지 않나?
- 그래, 문제는 없지. 너는 우수한 데다
실로 용감하게 싸우고 있다…… 하지만!
- 본래 레스터 백성을 지키는 역할은
귀족에게만 부과되는 책무거든.
- 타국과 싸우며 자국의 평민을 지키는 역할은
귀족에게만 부과되는 책무거든.
- 너처럼 신원도 명확하지 않은 용병 출신에게
의지하다니, 굴욕을 느끼는 귀족도 있을 거다.
- 흐음……? 용병을 고용해 싸움을 시키는 건
대체로 귀족인데.
- 하지만…… 듣자 하니, 제국에서는
평민 출신의 지휘관이 늘어나고 있다더군.
- 하지만…… 폐하가 직접 평민 출신의 지휘관을
적극적으로 기용하고 있는 것도 사실.
- 인재 부족을 부정할 수 없는 지금, 동맹에서도
제국을 따라 평민의 등용을 늘려야만 하겠지.
- 인재 부족 해소에도 확실히 유효한 데다
이게 폐하의 방침이라면 따를 수밖에 없겠지.
- 그렇게 되면 딱히, 너를 신경 쓸 필요도
없게 되겠군.
- 무슨 소릴 하는 건지…… 신경 쓸 필요가
없어진다면, 그걸로 된 거 아닌가.
- 그렇다 해도! 평민을 지킨다는 귀족의 책무에
아무것도 변하는 것은 없다.
- 너는 출신을 알 수 없다고는 하나
현시점에서는 틀림없는 평민이야.
- 즉, 너는 본디 보호를 받아야 하는 쪽의 인간……
무리하지 말고, 곤란할 땐 나에게 의지하도록.
- 승낙한다
- 거부한다
- 그래, 사양 말고 의지하도록 할게.
로렌츠는 우수하고 귀족 인맥도 넓을 테니.
- 아니, 사양할게. 나는 평민이긴 해도
싸움을 생업으로 삼아 온 용병이니까.
- ……그나저나, 불평하고 싶은 건 줄 알았는데,
친절을 베풀어 준 거였구나.
- 친절? 내가 너에게? ……아하하하하!
재밌는 말을 하는군.
- 잘 들어, 나는 명문 글로스터가를 이을
귀족 중의 귀족이다.
- 의지하라고 한 건 친절을 베푼 게 아니야.
평민은 평민답게 있으라는 이야기지.
- 그게 이 포드라의
마땅히 있어야 할 질서라는 거니까.
- 그 말은 내가 질서를 어지럽히고 있다는 거야?
결국 불평하고 싶은 거구나.
- 그게 아니라! 결단코 아니다.
내가 그렇게 그릇이 작은 인간으로 보이나?
- 네 능력은 인정하지만 평민답게 있으라고,
그 얘길 하려는 거다. 이해가 되었나?
- 긍정한다
- 부정한다
- 그래, 네가 하고 싶은 말은 알겠어.
마음에 담아 둘게. 일단은.
- 아니, 모르겠어. 이런 세상인데
귀족이니 평민이니에 집착할 때인가?
- 아무튼, 나는 싸우기 위해 고용된 용병이야.
그 이상은 신경 쓰지 말아 줘.
- 신경 쓰는 게 아니라……!
아니, 이제 됐다. 다음에 다시 이야기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