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머, [HERO_MF]씨.
오늘도 옷차림이 멋지시네요.
- 아니, 평소랑 다를 게 없는 데다
오히려 꾀죄죄해서 부끄러운데……
- 어머나, 겸손하셔라. 그 먼지 쌓인 부분이
야성적이라, 무척 잘 어울리시는걸요?
- 먼지 쌓인……
- 기뻐하는 모습을 보여 준다
- 슬퍼한다
- 어울린다고 하니 일단은 기뻐할게.
좀 땀 냄새도 나는 것 같지만……
- 하하…… 방에 돌아가서 갈아입을까.
냄새나기 전에 얼른 빨아야겠다……
- ……어라? 특이한 냄새가 나네.
흐렌, 뭐 뿌렸어?
- 눈치채셨나요? 요즘 유행하고 있는
향료를 친구에게 받았답니다.
- 흐음, 이렇게 살벌한 시국에도
향료 같은 게 유행하는구나.
- 이런 시국이기 때문에 그런 거죠!
마음조차 살벌해지면 지는 거라구요?
- 동의한다
- 나도 뿌리고 싶다고 한다
- 지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 그런 건.
- 전장에선 우울해지는 일도 많으니까.
평소에 조금이라도 기분 좋게 지내야지.
- 맞아! 나도 좀 나눠 줄래?
유행을 따라가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어.
- 전장에선 우울해질 일도 많으니,
나도 기분 전환 해 보고 싶어서.
- 좋아요. 다음에 가져다드릴게요.
조금이라도 기분이 좋아지시면 좋겠네요.
- 그리고, 유행하는 물건을 갖고 있으면
친구들과의 대화도 즐거워진답니다?
- 그래요! 지금부터 저와 함께 거리로 나가서
유행하는 걸 찾아보지 않으시겠어요?
- 오늘은 이제 일정이 없으시지요?
자, 자, 어서요, 가요!
- 자, 다음은…… 아, 저기 노점에도
귀여운 물건이 있을 것 같네요!
- 이봐, 아직도 더 볼 거야?
슬슬 안 가면, 세테스씨가……
- 괜찮아요, 오라버니는 일하는 중이신걸요.
오늘은 특히 더 바쁘시댔어요.
- 실은, 이렇게 거리에 나와 물건을 사는 일이
정말 정말 오랜만이랍니다.
- 세테스씨가 허락 안 해 줬어?
그 사람, 흐렌한테 엄격해 보이긴 했지.
- 맞아요. 제가 너무너무 걱정되어서
어쩔 줄 모르시겠나 봐요.
- 심지어 남성분과 단둘이 외출했다는 걸
아시게 되면 큰일이 나겠죠.
- 혹시 오라버니가 살아 계셨다면, 남성분과
단둘이는…… 허락하지 않으셨을 거예요.
- 몰래 나왔다가 나중에 들통나면
분명 큰일이 벌어졌겠죠.
- 큰일……?
- 그보다, 더 구경하러 가요!
유행하는 건 아직 한참 많답니다.
- 괜찮아? 나랑 둘이서 거리에 있다는 게
세테스씨 귀에 들어가면……
- 굳이 오라버니께 고자질할 사람은
아마 없지 않을까요?
- 오라버니는 무서운 사람으로 통하는지,
편하게 말 거는 사람이 거의 없으니까요.
- 그렇군……
그럼, 조금만 더 흐렌과 어울려 줄게.
- 알겠어.
세테스씨 몫까지 흐렌과 어울려 줄게.
- 어머! 제가 [HERO_MF]씨에게
어울려 드리고 있는 것 아니었나요?
- 응? 그런 거였어?
- 유행하는 걸 지녀서 우울한 기분을
밝게 만들고 싶다고 하셨잖아요?
- 그랬었나……?
- 그러셨답니다!
자, 자, 이번엔 저쪽으로 가요!
- ……신났는데 찬물 끼얹기도 뭐하고.
뭐, 아무렴 어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