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떻게 해도 안 될까요?
- 날 곤란하게 하지 마라, 흐렌.
널 위해서 하는 말이야.
- ……………
- 응? 흐렌, 무슨 일이야?
시무룩한 표정이네.
- 오라버니가, 이제 밖을 돌아다니면
안 된다고 당부하셨어요.
- 그건 예전부터 들어 왔던 말이잖아.
들키지만 않으면 되는 거 아니야?
- 아뇨. 오라버니는 정말 저를
걱정하시는 것이니, 이젠……
- 그래…… 지금 교단은 적도 많으니
어쩔 수 없겠네.
- ……저는, 줄곧 외진 곳에서
오라버니와 단둘이 지내 왔거든요.
- 그 후에 가르그 마크 대수도원으로 오고……
그곳에는 많은 사람이 있어서……
- 친구도 많이 만들고, 바깥세상 이야기도
많이 듣겠구나 하는 기대를 했었답니다?
- 그런데…… 사관학교 분들과
그리 친해지기도 전에……
- 이런저런 사건이 일어나는 바람에
학교가 금방 휴교하게 됐지.
- ……전에, [HERO_MF]씨와
거리에 유행하는 걸 찾으러 갔었잖아요?
- 저 있죠. 그때, 정말 정말 즐거웠답니다.
- 그래서 또 함께 외출할 날을
기대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 ……이제, 그만두는 게
좋을지도 모르겠네요.
- 흐렌……
- 포기하지 말라고 한다
- 동의한다
- 쉽게 포기하지 마.
고작 밖을 돌아다니는 것뿐이잖아?
- 그, 고작인 일이
제게는 무척 어려운 일이에요.
- 교단의 적대 세력이 어디에 숨어 있을지 몰라.
지금은 포기하는 게 좋겠어.
- 역시, 그렇겠지요……
- 오라버니도 교단에 이런 일이 생겨서
매일 마음고생이 끊이지 않으실 거예요.
- 그런데 저 하나 때문에
걱정거리를 더 늘릴 수는 없어요.
- 다정하구나, 흐렌은.
그래도, 언젠가는 상황이 바뀔 거야.
- 그럴까요?
- 그야 당연하지.
영원히 계속되는 전쟁은 있을 수 없잖아?
- 전쟁이 끝나고, 포드라가 평화로워지면
외출 정도는 별일도 아닐 거야.
- 그렇다면, 혹시 그런 날이 온다면,
또 함께 거리에 나가 주시겠어요?
- 물론이지, 기꺼이 어울려 줄게.
아니, 어울려 주는 건 흐렌이었나?
- 후후, 언젠가 그런 날이 온다면야,
잠시 견디는 것 정도는 아무렇지 않아요!
- 다만……
- 다만?
- 전쟁이 끝나더라도, 남성분과 외출하는 걸
오라버니가 허락해 주실까…… 싶네요.
- 혹시라도 아무 말 없이 둘이서 나갔다가
나중에 그게 들킨다면……
- 큰일이 나겠지요.
그럴 각오는 되셨나요?
- 각오한다
- 자신 없다
- 포기한다
- 어쩔 수 없지, 각오하는 수밖에.
지금부터 무서워해 봐야 별수 없고.
- 아니, 솔직히 자신은 없어. 전쟁이
끝나기 전까진 어떻게든 각오를 다져 볼게.
- 말도 안 되는 소리.
상대는 그 세테스씨잖아?
- 아, 아니, 그렇게 실망하지 말고.
생각해 볼게, 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