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떻게 해도 안 될까요?
  2. 날 곤란하게 하지 마라, 흐렌. 널 위해서 하는 말이야.
  3. ……………
  4. 응? 흐렌, 무슨 일이야? 시무룩한 표정이네.
  5. 오라버니가, 이제 밖을 돌아다니면 안 된다고 당부하셨어요.
  6. 그건 예전부터 들어 왔던 말이잖아. 들키지만 않으면 되는 거 아니야?
  7. 아뇨. 오라버니는 정말 저를 걱정하시는 것이니, 이젠……
  8. 그래…… 지금 교단은 적도 많으니 어쩔 수 없겠네.
  9. ……저는, 줄곧 외진 곳에서 오라버니와 단둘이 지내 왔거든요.
  10. 그 후에 가르그 마크 대수도원으로 오고…… 그곳에는 많은 사람이 있어서……
  11. 친구도 많이 만들고, 바깥세상 이야기도 많이 듣겠구나 하는 기대를 했었답니다?
  12. 그런데…… 사관학교 분들과 그리 친해지기도 전에……
  13. 이런저런 사건이 일어나는 바람에 학교가 금방 휴교하게 됐지.
  14. ……전에, [HERO_MF]씨와 거리에 유행하는 걸 찾으러 갔었잖아요?
  15. 저 있죠. 그때, 정말 정말 즐거웠답니다.
  16. 그래서 또 함께 외출할 날을 기대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17. ……이제, 그만두는 게 좋을지도 모르겠네요.
  18. 흐렌……
  19. 포기하지 말라고 한다
  20. 동의한다
  21. 쉽게 포기하지 마. 고작 밖을 돌아다니는 것뿐이잖아?
  22. 그, 고작인 일이 제게는 무척 어려운 일이에요.
  23. 교단의 적대 세력이 어디에 숨어 있을지 몰라. 지금은 포기하는 게 좋겠어.
  24. 역시, 그렇겠지요……
  25. 오라버니도 교단에 이런 일이 생겨서 매일 마음고생이 끊이지 않으실 거예요.
  26. 그런데 저 하나 때문에 걱정거리를 더 늘릴 수는 없어요.
  27. 다정하구나, 흐렌은. 그래도, 언젠가는 상황이 바뀔 거야.
  28. 그럴까요?
  29. 그야 당연하지. 영원히 계속되는 전쟁은 있을 수 없잖아?
  30. 전쟁이 끝나고, 포드라가 평화로워지면 외출 정도는 별일도 아닐 거야.
  31. 그렇다면, 혹시 그런 날이 온다면, 또 함께 거리에 나가 주시겠어요?
  32. 물론이지, 기꺼이 어울려 줄게. 아니, 어울려 주는 건 흐렌이었나?
  33. 후후, 언젠가 그런 날이 온다면야, 잠시 견디는 것 정도는 아무렇지 않아요!
  34. 다만……
  35. 다만?
  36. 전쟁이 끝나더라도, 남성분과 외출하는 걸 오라버니가 허락해 주실까…… 싶네요.
  37. 혹시라도 아무 말 없이 둘이서 나갔다가 나중에 그게 들킨다면……
  38. 큰일이 나겠지요. 그럴 각오는 되셨나요?
  39. 각오한다
  40. 자신 없다
  41. 포기한다
  42. 어쩔 수 없지, 각오하는 수밖에. 지금부터 무서워해 봐야 별수 없고.
  43. 아니, 솔직히 자신은 없어. 전쟁이 끝나기 전까진 어떻게든 각오를 다져 볼게.
  44. 말도 안 되는 소리. 상대는 그 세테스씨잖아?
  45. 아, 아니, 그렇게 실망하지 말고. 생각해 볼게, 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