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 하피잖아. 너, 자주 밖에 있더라.
  2. 그래? 원래 숲속에 살았어서 그런가.
  3. 아니면, 한동안 강제로 대수도원 지하에서만 살았어서 그럴지도?
  4. 그러고 보니 가르그 마크에 있었댔지. 나도 잠깐 머무르긴 했지만……
  5. 지하에 그런 장소가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어.
  6. 뭐, 그런 곳이니까. 거기는.
  7. 넌 어떤데? 용병이 되기 전엔 어디서 뭘 했어?
  8. 용병이 되기 전?
  9. 벌써 한참 옛날 일이 됐지만…… 산속 마을에서 어머니와 둘이서 살았어.
  10. 아, 어머니라고 했지만 혈연은 아니랬어. 부모 역할을 대신해 준 사람인 거지.
  11. 부모 역할을 대신…… 어떤 사람이야? 혹시, 마법 연구를 하는 사람이라든가……
  12. 연구……는 모르겠지만, 마법은 쓸 줄 아셨지.
  13. 어…… 그 사람이랑은 어쩌다가 같이 살게 된 거야?
  14. 철들기 전부터 같이 살아서,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날 주워 왔다고 들었어.
  15. 어린애 하나가 길에 쓰러져 있다는 건 흔히 있는 얘기잖아. 하지만……
  16. 그 애를 데려와서 키워 준 어머니는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해.
  17. ……그러게. 아마, 좋은 사람이었나 봐.
  18. 불안해 보이는 이유를 묻는다
  19. 어머니의 훌륭한 점을 말한다
  20. 왜 그래, 하피? 뭐 신경 쓰이는 거라도 있어?
  21. 왜 그런 산속에서 살았던 걸까 싶어서. 마법을 쓸 줄 아는 사람이.
  22. 맞아, 나한테 살아남기 위한 기술도 이것저것 가르쳐 주셨고.
  23. 훌륭한 분이셨어. 우리 어머니라고 하기엔 아까울 정도로.
  24. 하지만, 왜 그런 사람이 산속에 살았지? 이상하지 않아?
  25. 사실, 나도 물어본 적이 있어. 어머니가 그 마을 출신이 아니신 것 같아서.
  26. 하지만, 말해 주진 않으셨어. 조금 슬픈 표정으로 미소만 지으시더라.
  27. 흐음…… 그랬구나.
  28. 아까부터 무슨 일이야, 하피. 우리 어머니가 그렇게도 신경 쓰여?
  29. 아니, 미안. 아무것도 아니야.
  30. 하피가 생각했던 거랑 다른 것 같아. 이상한 소릴 해서 정말 미안.
  31. 신경 안 쓴다며 용서한다
  32. 신경 쓰인다고 한다
  33. 괜찮아, 신경 쓰지 마. 나도 신경 안 쓸게.
  34. 하피도 무슨 사정이 있는 거지?
  35. 솔직히 하피가 뭘 신경 쓴 건지 궁금하지만……
  36. 너한테도, 뭔가 사정이 있는 거지?
  37. 혹시 이야기하고 싶어지면 다음에 알려 줘.
  38. ……왠지 미안. 하피, 자기혐오가 생기네.
  39. 그런 날도 있는 거지. 신경 쓰지 마. 뭐라도 먹으러 돌아갈까?
  40. 아, 그럼 나무 열매 따 먹자. 아까 지나가다 봤어.
  41. 어떤 거 말이야? 산에서 오래 산 만큼 나도 꽤 잘 알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