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시 불리한가.
여기는 다음에 다시 오는 게 좋겠다.
- 홀스트씨가 욕심을 부려서
적병에게 말을 걸고 그러니까……
- 아군인 척하면서 싹싹하게 말을 걸면
눈치채지 못할 거라 생각했는데 말이지.
- 그래서 말렸잖아. 아무리 봐도 당신이
일반 병사처럼 보이진 않았겠지.
- 하지만, 이 또한 하나의 경험이다.
얻은 게 있으니, 철수하도록 하지.
- 아마 적군 수색 부대가 여럿 나왔을 거야.
둘이서 행동하면 너무 눈에 띌 텐데……
- 여기서 해산할까? 홀스트씨라면
혼자서도 쉽게 도망갈 수 있잖아.
- 이견은 없다.
너도 혼자인 편이 움직이기 쉬울 테니까.
- 그럼, 여기서 가장 가까운 아군 진지 앞에서
만나기로 하지. 해 뜨기 전에는 도착할 거다.
- 알았어, 무운을 빌게.
- 그래, 너도 조심해라.
- 어휴 힘들어…… 어떻게든 적에게 들키지 않고
아군 진지까지 돌아왔네.
- 생각보다 시간이 꽤 걸렸군.
홀스트씨는 먼저 도착……하지 않은 건가?
- 이쪽 지리에 어두운 나보다 늦어지다니,
설마 적에게 들켜서……
- ………………
- 어라, 이 소리는……
……홀스트씨?
- ……음냐? 오, 돌아왔나.
- 미안하다, 지쳐서 잠들어 버렸어.
밤새도록 싸우다 보니.
- 싸웠다고……?
적에게 들킨 거야!?
- 아니, 도중에 적의 감시용 초소를 발견했거든.
이왕 발견한 거, 해치워 버리자 싶어서……
- 부수러 갔더니 생각보다
많은 적병이 안에 있더군.
- 잘 확인하지도 않고…… 대담하네.
- 그래서, 그 녀석들과 싸우다가
증원까지 몰려오는 바람에……
- 하아…… 그런데도 용케 무사했구나.
- 무사했지만, 역시 지치더군.
욕심을 내는 게 아니었어, 정말.
- 그렇다니까.
또 하나 배웠네, 홀스트씨.
- 그래, 역시 실전에서 배우는 건 끝이 없지.
이러니 그만둘 수가 없다니까.
- 너도, 또 함께하지 않겠나?
설마, 벌써 질려 버린 건 아니겠지?
- 기꺼이 함께한다
- 질렸지만 함께한다
- 아니, 기꺼이 함께할게.
나로서도 배우는 게 많고, 뭣보다……
- 솔직히, 질릴 때도 많은데
앞으로도 함께 하도록 할게.
- 당신과 있으면, 전혀 지루하지 않으니까.
- 하하하, 영광이군. 너와는 앞으로도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