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별일이네, 네가 방에 틀어박혀 있다니. 마도에 관한 책에 푹 빠졌다고 들었어.
  2. 나도 책을 읽고 싶을 때가 있는 법이야. ……사실, 계략이 떠올라서 말이지.
  3. 계략? ……그 도면은?
  4. 오, 좋은 질문이야! 이건 새로운 마도 포대의 설계도야.
  5. 호오, 마도 포대라…… 그런 것치고는 크기가 꽤 작아 보이는걸.
  6. 응. 소형화도 과제 중 하나니까. 기사가 들고 다닐 수 있는 크기가 이상적이지.
  7. 기사가 들고 다닌다고? 마도 포대를? 갖고 있어 봐야 쓰지도 못하잖아.
  8. 맞아. 네 말대로 마도 포대는 특별한 지식과 기술이 없으면 못 쓰지만……
  9. 그 부분을 잘 개량해서 누구나 쓸 수 있게끔 하는 게 제일 큰 과제야.
  10. 왜, 이걸 기사나 검사가 다룰 수 있다면 이런저런 나쁜 짓도 가능하지 않겠어?
  11. 동의한다
  12. 의문을 표한다
  13. 과연. 좋은 생각이네, 실뱅. 뭔가 재미있는 전술을 짤 수 있겠어.
  14. 그렇지? 역시 뭘 좀 안다니까. 너라면 분명 이해해 줄 줄 알았어.
  15. 그거, 도움이 될까? 기사나 검사는 잘 쓰는 무기로 싸우는 게 나을 것 같은데.
  16. ……우리 주변에 그런 녀석들밖에 없어서 그런 생각이 드는 것뿐이야.
  17. 뭐, 어차피 완성은 아직 멀었지만. 언제쯤 햇빛을 보게 될지.
  18. 후후, 그 무렵엔 이미 전쟁이 끝났을지도 모르겠는걸.
  19. 전쟁 말고도 도움이 될 거야. 몸을 지킬 방법이 없는 사람에게도 유용하겠지.
  20. 호오. 그러고 보니 전에도 내 검에 관심을 가졌었지.
  21. 고티에에 스렝이라는 오랜 적이 있기 때문이야? 그런 걸 생각하는 건.
  22. 뭐…… 그런 셈이지. 녀석들 때문에 매번 고생하고 있으니까.
  23. 아버지의 전 부인…… 형의 어머니도 스렝의 습격으로 돌아가셨다고 들었어.
  24. 근 100년 정도는 유산 덕분에 영토의 경계가 흔들리는 일은 없었지만……
  25. 녀석들은 질리지도 않고 공격해 오거든. 그 집념은 적인데도 경탄스러울 지경이야.
  26. 고티에 변경백도 스렝의 습격에는 이골이 난 느낌이었지.
  27. ……아버지도 익숙해지고 싶어서 익숙해진 건 아닐 거야.
  28. 나도 집안을 이으면 힘써 보긴 하겠지만 역시 견제를 위한 병력은 필요해.
  29. 가령 국왕군…… 상비군을 신설해 왕권하에 강력한 군대를 만들 수도 있지만……
  30. 선왕 폐하는 그 방향으로 가려다가 반발하는 제후들의 원한을 샀지.
  31. 왕권이 강해지면 상대적으로 제후의 힘이 약해지니까. 받아들이긴 힘들려나.
  32. 나도 나라가 어지러운 건 사양이야. 온건하고 견실하게 개혁을 추진하고 싶어.
  33. 그러기 위해, 유산이나 제후에 의지하지 않고 전력을 끌어올릴 방법이 필요해.
  34. 달라졌구나, 실뱅. 어엿한 고티에가의 상속자가 되었어.
  35. 예전엔 매일 여자들 꽁무니나 따라다니기 바빴는데……
  36. 잘못하면 집안이 망할 상황이잖아? 아무리 게으른 나라도 조금은 머리를 쓰지.
  37. 왕국이 춥고 재미없는 땅이긴 해도 내겐 유일무이한 고향이니까.
  38. ……고향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