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흐음.
- ……호오.
- ……이그나츠잖아.
뭐 읽는 거야?
- ……우와아.
- '우와아'라니.
전혀 안 듣고 있네…… 이그나츠!
- 으아아악! 뭐, 뭐예요, 갑자기.
놀라게 하지 마세요……
- 미안, 미안.
말을 걸어도 반응이 없길래.
- 무슨 책을 읽고 있는지 묻는다
- 이상한 소리를 내던 것을 지적한다
- 꽤나 열중해서 읽던데, 무슨 책이야?
전술서는 아닌 것 같고.
- 아, 이건 『포드라 밖 여행기』라는
포드라 주변 세상을 소개하는 책이에요.
- 책 읽으면서 이상한 소릴 내던데,
배라도 아픈 거야?
- 아니에요! 『포드라 밖 여행기』를 읽다가
놀라거나 감탄하느라, 저도 모르게 소리가……
- 그런 책을 일부러 가지고 온 거야?
재미있어 보이긴 하네.
- 네, 재밌어요! 누가 썼는지는 모르지만,
실제로 각지를 여행하며 쓴 기록이거든요.
- 토지마다 서식하는 동물도, 식물도,
채굴할 수 있는 광물도 전혀 달라요.
- 물론,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생활 양식도 정말 다양하고요.
- 음식도, 복장도……
아, 특히 흥미로운 건 건축 양식이에요.
- 포드라 유적에서 볼 수 있는 고대 양식 건조물이
어째선지 한참 멀리 떨어진 섬에서……
- 그래, 그래. 알았어. 이제 충분해.
마치 직접 본 것처럼 얘길 하네.
- 아하하…… 항상 제가 여행하는 거라고
상상하면서 읽고 있거든요.
- 사실 제 눈으로 직접 보고 싶긴 하지만,
실제로 가기는 힘드니까요.
- 저는 지금, 기사가 되어 버렸으니까……
- 기사가 불만인지 묻는다
- 흘려듣는다
- 그 말투……
실은 되고 싶지 않았던 거야?
- 아, 아뇨! 그럴 리가요!
- 흐음……
- 아…… 아니, 딱히 기사에 불만이 있다든가,
그런 건 아닌데요!?
- ……모처럼 흘려들어 줬더니.
정말 불만 없는 거야?
- 정식으로 기사가 되어서,
아버지와 형도 기뻐하시고 있거든요.
- 가족이 기뻐해 주니까
어쩔 수 없이 기사가 되었다, 라……
- 아, 아니라니까요.
저도 기사가 되어서 아주 만족하고 있어요!
- 여행도 못 가는데?
- 네, 각지를 돌아다니며 싸우면
그게 여행이나 마찬가지니까요.
- 아, 물론 임무가 우선이지만요.
멋대로 돌아다니거나 하진 않는다고요?
- 그 말은……
실은 멋대로 돌아다니고 싶다는 거지?
- 정말, 아까부터 뭐예요!
짓궂으시네, 유도 신문이잖아요.
- 현실이 자유롭지 못한 만큼, 이렇게 책을 읽고
상상으로 좋아하는 곳을 여행하고 있으니까요.
- 저는 이것만으로도, 충분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