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하아…… 곤란하네.
  2. 카트린, 왜 그래? 카론 백작의 뒷모습이 보였는데.
  3. 음. 잠깐 아버지와 앞으로의 이야기를 좀 했어.
  4. 교단의 병사를 빌리고 싶다고 하셨는데 내가 단독으로 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서.
  5. 레아님이나 디미트리에게 말하면 될 일을 왜 굳이 나에게 상의하는 건지.
  6. 잠깐만. 아버지? 카론 백작이?
  7. 그래. 어라? 넌 모르고 있었나……
  8. 이제 와서 숨겨도 소용없으니 대놓고 말하자면 난 퍼거스의 카론 백작의 딸이야.
  9. 그랬구나. 그러고 보니 당신은 카론의 문장을 지니고 있었지……
  10. 여러모로 복잡한 사정이 있어서. 일단은 카론가와는 거리를 두고 있지.
  11. 지금의 나는 가문도 왕국도 상관없는 세이로스 기사단의 카트린이야.
  12. 그렇군, 그래서 당신이 계속 교단 소속인 거구나.
  13. ……만약 왕국과 교단이 갈라서면 어떻게 할 거야?
  14. 하, 어리석은 질문이네. 난 레아님에게 붙어야지.
  15. 왕국이냐 교단이냐 하는 문제가 아니야. 이 검은 레아님을 위해서 있는 것이거든.
  16. 물론 고향의 가족이나 친구들과 싸우고 싶지는 않으니……
  17. 교단과 왕국이 오래도록 사이가 좋다면 그보다 좋을 건 없지만 말이야.
  18. 대사교 개인을 위해서라. 말 이상으로 무거운 검이네……
  19. ……그러는 넌 무엇을 위해서 여기서 싸우고 있는 건데?
  20. 설마 되는대로 살다가 정신을 차리고 보니…… 뭐 그런 건 아니지?
  21. 동료를 위해서라고 대답한다
  22. 돈을 위해서라고 대답한다
  23. "잿빛 악마"를 쓰러뜨리기 위해서라고 대답한다
  24. 동료를 위해서지. 왕국 사람들의 힘이 되어 주고 싶어.
  25. 그런 대답이 돌아올 줄은 몰랐어. 용병 출신치고는 의리가 있네.
  26. 솔직하게 말하자면, 돈을 위해서지. 디미트리는 나를 중용해 주고 있고……
  27. 위치에 맞는 보수도 주고 있어. 용병 입장에서는 이만한 일도 없지.
  28. 용병 출신다운 계산이네. 누군가가 떠오르는걸.
  29. ……쓰러뜨리고 싶은 상대가 있거든. 여기에 있으면 또 싸울 기회가 올 거야.
  30. 흐음? 네가 그런 표정을 짓는 걸 보니 어지간히도 실력이 대단한 상대인가 보다.
  31. 하지만 퍼거스에 온 것 자체는 어쩌다 보니 이렇게 된 것 같아.
  32. 사관학교에 들어가자마자 바로 왕도에서 내란이 일어났고, 그게 진정될 즈음엔……
  33. 휴교가 결정 나 있었어. 그때 디미트리가 큰 역할을 맡겨 버려서 말이지.
  34. 너도 힘들었겠다. 하지만 지금은 어엿한 장수잖아? 대단한데.
  35. 과거의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은 지금이 있다면 그걸로 충분한 거야.
  36. '과거의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은 지금'이라……
  37. 어려울 것처럼 들리겠지만 굳이 그걸 위해 노력할 필요는 없어.
  38. 제대로 자신과 마주 보며 산다면 자연스럽게 그렇게 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