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 돌아왔구나, 율리스. 설마 오늘 중으로 돌아올 줄이야.
  2. 그래. 해가 뜨기 전에 돌아오지 않으면 또 날 걱정하는 누군가가 방을 뒤질 테니까.
  3. 뒤지지 않았다고 대답한다
  4. 누구 말이냐고 묻는다
  5. ……그때 뒤지고 있었던 건 아니야. 뭐야, 아직도 담아 두고 있는 거야?
  6. 잠깐, 그 누군가가 누군데, 정말. 너, 아직도 담아 두고 있는 거야?
  7. 바보 녀석, 농담이야.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마. 이미 늦은 시간이니, 너도 얼른 가서 자.
  8. 알았어. 잠깐 잠이 깨서 그래. ……그나저나, 어머니는 괜찮으셔?
  9. 아…… 뭐, 신통치 않은 건 확실하지만 그렇다고 금방 돌아가실 것 같지는 않다더라.
  10. 나는 좀 더 남아 있을 생각이었는데 지금 해야 할 일들을 하라고 하시는 바람에.
  11. 정말이지, 얼굴이 보고 싶다 하시다가도 돌아가라 그러시고, 바쁜 분이야, 진짜.
  12. 그런 얘기를 듣고 있으니, 나도 어머니…… 날 키워 주신 어머니가 생각나네.
  13. 돌아가셨다고 했었나. 그런 얼굴로 이야기할 수 있다는 건, 좋은 분이셨나 보군.
  14. 맞아, 나에겐 아까운 분이셨어. 주워 온 아이인 나에게 사는 법을 알려 주셨지.
  15. 핏줄은 다르지만 그분은 정말 내 어머니였어.
  16. 자식이 그렇게 말해 줘서 네 어머니도 기뻐하실 거다.
  17. ……아 맞다. 계속 신경이 쓰였던 건데 이참에 가르쳐 줄래?
  18. 네 이름, 어머니가 지어 준 거지? 유래가 어떻게 돼? 독특한 이름이잖아.
  19. ……하늘을 봐라. ……아니, 거기 말고 좀 더 왼쪽이야. 거기에 밝은 별이 있지.
  20. 왼쪽? 밝은 별? ……어떤 거? 저거라고 해도 전혀 모르겠어.
  21. 그럼, 못 찾아도 상관없어. 아무튼 저 별의 옛 이름이라더라.
  22. 천상에 계신 여신님이 자신의 시종으로 삼았다는 하얀 별.
  23. 어머니가 독실한 세이로스교 신자시긴 한데 빈민 꼬맹이에게 붙일 이름치곤 너무 거창하지.
  24. 그래? 뭐 어때. 그만큼 널 소중하게 생각한다는 거잖아.
  25. ……그러게. 뭐, 나는 마음에 들어. 뭐니 뭐니 해도, 어머니가 지어 주신 이름이니까.
  26. 어머니가 어디까지 경전의 내용을 이해하고 계신 건진 나도 모르지만……
  27. 자기 나름대로, 열심히 생각해 주신 이름이라는 것만은 틀림없거든.
  28. 그렇게 마음이 담긴 이름인데 우리는 부르지 말라는 거야?
  29. ……나는 수많은 이름을 내세우며 그때마다 수많은 인간의 가면을 써 왔어.
  30. 하지만 이 이름으로 불릴 때 난 어떤 가면도 쓰지 않아도 돼.
  31. 이 이름으로 부르게 하는 건 혈육 정도의 특별한 상대뿐이거든.
  32. 그렇게까지 나를 그리 부르고 싶다면 나랑 평생을 함께할 각오라도 해 둬야 할 거야.
  33. 생각해 보겠다
  34. 웃어넘긴다
  35. '평생을 함께'라…… 생각해 볼게.
  36. 푸……하하하! 왜 그렇게 진지하게 대답하는 건데. 아, 걸작이네!
  37. 후후후,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율리스. 아무리 그래도 평생은 너무 심했잖아.
  38. 당연히 그래야지. 「각오는 됐어」라고 말하면 어떡하나 싶었다.
  39. 뭐, 좋은 이름이라고 말해 준 건 솔직히 기쁘긴 하네.
  40. 그래도 혹시 진짜 각오가 서면 말해라? 생각은 해 볼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