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하아……
  2. 왜 그래, 잉그리트. 엄청 피곤해 보이는데.
  3. 아니…… 그냥, 일을 해도 해도 아버지의 부탁이 끝나질 않아서.
  4. 저번 싸움의 보고서를 쓰고…… 천마의 유지비 건을 폐하와 교섭하고……
  5. ……너도, 폐하도, 펠릭스도 용케도 그렇게 열심히 일하는구나.
  6. 뭐야, 괜찮아? 너답지 않은데.
  7. 나, 사무는 적성에 안 맞나 봐. ……하아. 내가 너무 한심해.
  8. 좋아. 그럼 내가 나설 때군…… 나가서 밥이나 먹자. 내가 살게, 아가씨.
  9. 잠깐, 나까지 꼬셔 보려고? 너, 성장한 거 아니었어?
  10. 넌 진짜…… 사람이 배려를 하면 장난치지 말고 받아 둬. 그러다 손해 본다.
  11. ……그건 그래. 그럼 사양 않을게. 신경 써 줘서 고마워, 실뱅.
  12. 마침 일이 일단락된 참이었거든. 같이 나가 줄래?
  13. 휴우…… 잘 먹었다. 이렇게 배부르게 먹은 건 오랜만인 것 같아.
  14. 애당초 요즘엔 이래저래 바빠서 느긋하게 밥 먹을 기회가 얼마 없기도 했고.
  15. 잘 먹었다니 밥 산 보람이 있네. 배불리 먹으니 힘이 좀 나지?
  16. 오랜만에 네가 잘 먹는 모습을 보니 어쩐지 나도 마음이 놓이더라.
  17. 잠깐…… 내가 먹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놓인다니, 대체 무슨 뜻이야?
  18. 아하하하. 미안, 미안. 다른 뜻은 없어.
  19. 그냥, 네가 맛있게 먹는 걸 보면 뭔가 마음이 진정된다고 해야 하나.
  20. 아마 그건 폐하도, 펠릭스도, 네 가족들도 마찬가지일 거야.
  21. ……그럴까?
  22. 아무도 예전 그대로 있을 수는 없다. 전에 너도 그렇게 말했었지?
  23. 그렇기에 더욱, 변치 않는 게 있다는 사실이 우리로서는 무척 기쁘거든.
  24. 변치 않는 것……
  25. ……잠깐. 납득할 뻔했는데, 그러니까 내가 평소에도 먹기만 한다는 뜻이지?
  26. 네가 잘 먹는 건 사실이니까…… 그리고, 그게 나쁘다고는 안 했잖아?
  27. 인상 쓴 표정보다, 행복한 듯이 밥을 먹는 표정이 훨씬 나아.
  28. ……나 참. 무슨 소릴 하는지.
  29. 변치 않는 것이라면 그 밖에도 있잖아. 아주 소중한 게, 여기에.
  30. 소중한 것?
  31. 우리 우정. 이건 예나 지금이나, 앞으로도 변하지 않는 것 아니야?
  32. 우리 관계는 달라지더라도, 서로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은 흔들리지 않아.
  33. ……잉그리트. 너, 어디서 그렇게 닭살 돋는 말을 배워 왔어?
  34. 무슨 바보 같은 소리야? 자, 모두에게 줄 간식이나 사서 돌아가자.
  35. ……예이, 그럼요. 그 어디든 따라갑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