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아……
- 왜 그래, 잉그리트.
엄청 피곤해 보이는데.
- 아니…… 그냥, 일을 해도 해도
아버지의 부탁이 끝나질 않아서.
- 저번 싸움의 보고서를 쓰고……
천마의 유지비 건을 폐하와 교섭하고……
- ……너도, 폐하도, 펠릭스도
용케도 그렇게 열심히 일하는구나.
- 뭐야, 괜찮아?
너답지 않은데.
- 나, 사무는 적성에 안 맞나 봐.
……하아. 내가 너무 한심해.
- 좋아. 그럼 내가 나설 때군……
나가서 밥이나 먹자. 내가 살게, 아가씨.
- 잠깐, 나까지 꼬셔 보려고?
너, 성장한 거 아니었어?
- 넌 진짜…… 사람이 배려를 하면
장난치지 말고 받아 둬. 그러다 손해 본다.
- ……그건 그래. 그럼 사양 않을게.
신경 써 줘서 고마워, 실뱅.
- 마침 일이 일단락된 참이었거든.
같이 나가 줄래?
- 휴우…… 잘 먹었다. 이렇게 배부르게
먹은 건 오랜만인 것 같아.
- 애당초 요즘엔 이래저래 바빠서 느긋하게
밥 먹을 기회가 얼마 없기도 했고.
- 잘 먹었다니 밥 산 보람이 있네.
배불리 먹으니 힘이 좀 나지?
- 오랜만에 네가 잘 먹는 모습을 보니
어쩐지 나도 마음이 놓이더라.
- 잠깐…… 내가 먹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놓인다니, 대체 무슨 뜻이야?
- 아하하하. 미안, 미안.
다른 뜻은 없어.
- 그냥, 네가 맛있게 먹는 걸 보면
뭔가 마음이 진정된다고 해야 하나.
- 아마 그건 폐하도, 펠릭스도,
네 가족들도 마찬가지일 거야.
- ……그럴까?
- 아무도 예전 그대로 있을 수는 없다.
전에 너도 그렇게 말했었지?
- 그렇기에 더욱, 변치 않는 게 있다는
사실이 우리로서는 무척 기쁘거든.
- 변치 않는 것……
- ……잠깐. 납득할 뻔했는데, 그러니까
내가 평소에도 먹기만 한다는 뜻이지?
- 네가 잘 먹는 건 사실이니까……
그리고, 그게 나쁘다고는 안 했잖아?
- 인상 쓴 표정보다, 행복한 듯이
밥을 먹는 표정이 훨씬 나아.
- ……나 참. 무슨 소릴 하는지.
- 변치 않는 것이라면 그 밖에도 있잖아.
아주 소중한 게, 여기에.
- 소중한 것?
- 우리 우정. 이건 예나 지금이나,
앞으로도 변하지 않는 것 아니야?
- 우리 관계는 달라지더라도, 서로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은 흔들리지 않아.
- ……잉그리트. 너, 어디서 그렇게
닭살 돋는 말을 배워 왔어?
- 무슨 바보 같은 소리야?
자, 모두에게 줄 간식이나 사서 돌아가자.
- ……예이, 그럼요.
그 어디든 따라갑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