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클로드, 우리 레스터 제후들이 제국과
협조해 나가게 되었다만……
- 우리 글로스터가는 이전부터 제국과의
우호 관계를 중시해 왔다.
- 그래…… 네 아버지는 친제국파의
우두머리셨으니까.
- 뭐 그것도 너의 음흉한 계책으로
한번은 완전히 끊겨 버렸었지만.
- 이봐, 아직도 그 얘기야?
깨끗이 사과했잖아.
- 훗, 사실을 말한 것뿐이다.
딱히 비난하려는 건 아니야.
- 내가 말하고 싶은 건, 우리 가문은 선견지명을
가지고 있고, 너는 그 뒤를 따르고 있다는 거다.
- 뭐, 억지 논리처럼 들리기는 하지만,
그렇게 볼 수도 있겠네.
- 그렇다면, 레스터 연방국의 왕위에
어울리는 건 리건가가 아니라……
- 글로스터가라는 의견이 나오는 것도
의심할 수 없는 사실이겠지.
- 아니, 그건 네 소망이지
사실은 아니잖아……
- 오해하지 마라. 나는 네가 국왕이 된 것에
이견이 있는 게 아니야. 지금으로선 말이지.
- 하지만, 네 왕위는 원탁 회의에서 합의로
결정된…… 이른바 "선출된 왕"이다.
- 바꿔 말하면 "임시 왕"이라는 거지. 앞으로도
리건가의 세습이 약속된 지위는 아니란 얘기다.
- 다음 왕으로서 거론될 이름은, 당연히……
'로렌츠 헤르만 글로스터'일 터!
- 네가 실책이라도 저지르면, 당장이라도
나를 왕좌에 올리라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 아니, 그것도 네 소망이거든.
- 하지만…… 세습되지 않는 왕이란 건
재밌는 발상이군.
- 그렇지? 이런 발상을 한다는 것 자체가
내가 왕에 어울린다는 증거이기도 하고……
- 하지만, 또 원탁 회의로 결정해야 하는 건
지긋지긋해. 동맹 시절로 돌아가 버리니까.
- 호오?
그렇다면, 어떻게 정할 생각이지.
- 예를 들어, 그래…… 영내의 평민들에게
선택을 받는 건 어떨까?
- 그들은 자신을 가장 잘 지켜 줄 것 같은 녀석을
다음 왕으로 선택하겠지. 명안이지 않아?
- 그건 너무 황당무계한 이야기인 것 같은데……
진심으로 말하는 건가?
- 뭐, 그런 방식이라면 영민에게 신뢰가 두터운
글로스터 가문이 압도적으로 유리하겠지만.
- 그건 소망이 아니라 사실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왕을 뽑는 건 레스터 전역의 평민이 될 거야.
- 문제없다. 우리 가문이 선정을 베푼다는 건
포드라 전역에 널리 알려져 있을…… 테니까.
- ……아니다, 그 이야기는 지금은 됐고.
내가 너에게 전하고 싶었던 건, 그게 아니야.
- 이 연방국의 왕위는 아직 불안정하다. 신중히
움직여야 해. 그렇지 않으면 금방 붕괴할 거다.
- ……맞아. 근처 왕국이나 제국처럼
주의 가호를 받아 건국된 나라가 아니니까.
- 사람의 의지만으로 만들어진, 약한 왕이지.
네 말처럼 신중히 움직이도록 할게.
- ……고마워, 네가 곁에 있어 주는 한
내가 나답게 있을 수 있을 것 같다.
- 착각하지 마라. 나는 그저, 이 나라가
실망에 빠지지 않길 바라는 것뿐이니.
- 그래, 앞으로도 거리낌 없이 나에게
불평해 줘. 부탁한다, 로렌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