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무것도 잡지 못하다니……
뭐, 이런 날도 있는 거지.
- ……아, 레오니씨.
- 마리안이잖아.
지금 어디 가는 중이야?
- 아, 아뇨. 마구간에서 돌아오는 중이었어요……
레오니씨는요?
- 난 사냥 갔다 돌아오는 길이었어.
- ……그런데, 오늘은 한 마리도 못 잡았어.
사냥감이 보이지도 않더라고.
- 오랜만에 나간 사냥이었는데.
아~ 시간만 쓸데없이 날렸네~
- 정말 아쉬웠겠네요……
- ……저기, 그건?
- 아, 이거? 들풀이야.
빈손으로 돌아오기 억울해서.
- 조금이나마 식단에 보탬이 될까 싶어
모아 왔어. 약초도 좀 있지만.
- ……그 노란색 꽃도 먹을 수 있는 건가요?
- 하하, 이 꽃은 못 먹어.
그게, 독은 없지만…… 엄청 쓰거든.
- 내가 좋아하는 꽃이야. 예쁘지?
마침 피어 있길래 꺾어 왔지.
- ……저도 그 꽃 좋아해요.
작은 꽃이 잔뜩 피어나는……
- 다부진 모습을 보고 있으면 위로가 되거든요.
저도 열심히 살아가야겠다고……
- 호오…… 이 꽃을 보고
그렇게까지 생각한 적은 없었는데……
- 좋아! 그럼, 이거 너한테 줄게.
맘에 드는 곳에 장식해 둬.
- ……어, 괜찮으세요?
모처럼 꺾어 오신 건데……
- 꽃 정도로 호들갑은.
사양하지 말고 받아.
- 가, 감사합니다……
하지만……
- 저만 보기에는 너무 아까우니까
꽃다발로 만들어서 식당에 장식할게요……
- 그래, 그러면 다들 좋아하겠다.
마리안은 세심하구나.
- ……아, 아뇨. 그렇지는.
- 아냐, 항상 그렇게 생각해 왔거든.
맞다, 또 뭔가 채집해 올까?
- 사냥하면서 발견할 수 있는 것 중에
좋아하는 거 있어?
- 글쎄요……
그, 까치밥나무 열매라든가……
- 아 그거~ 열매가 초록색인 거 말이지?
그대로 먹어도 되고, 졸여도 되는 거.
- 네, 그, 새가 먹기에
딱 좋지 않을까 싶어서……
- 잠깐, 네가 먹는 거 아니었어?
아니 딱히 상관은 없지만.
- 저도 같이 먹기도 해요.
그런데, 주의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게……
- 아, 줄기에 가시가 난다는 거지?
너도 잘 아네. 직접 따 봤어?
- 아뇨, 따 본 적은 없지만……
새가 알려 줬거든요……
- 새가!? 잠깐, 마리안.
나 놀리는 거야?
- 네가 농담을 하다니 별일이네.
좀 기쁜걸.
- 으음, 네…… 농담은 아니지만……
기뻐해 주신다니 다행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