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기다!
- 뭐!?
……크헉!
- 아야야, 제대로 한 방 먹었군.
내 패배다!
- 앗……싸아아아!
내가 이겼다!
- 좋은 의미로 너답지 않은 전술이었다.
내 공격을 버티고 버티다가……
- 마지막에 생긴 틈을 이용해 접근한 다음
품으로 파고들어 필살의 일격이라니!
- 체격 차이를 멋지게 뒤집어엎었군.
놀라운걸.
- 헤헤헤!
제대로 먹혔지!
- 하지만, 이 전술은
내가 생각한 게 아니야.
- 내가 키가 큰 녀석을 이기려면
이럴 수밖에 없다고 린하르트가 가르쳐 줬거든.
- 옛날에 린하르트가 그랬거든.
키가 큰 녀석을 이기려면 이렇게 해야 한다고.
- 그랬군……
네게 남기고 간 선물이었나 보네.
- 하지만 생각은 네가 한 게 아니라도
그걸 실천할 수 있었던 건 네 힘이다.
- 겸손할 것 없어.
린하르트 녀석에게 자랑해 둬!
- 응, 그래야지.
그런데 또 목표가 생기고 말았군.
- 이건 둘의 힘을 합쳐서 얻은 승리잖아.
다음엔 나 혼자의 힘으로 이길 거야!
- 이봐, 카스파르. 향상심이 있는 것까진 좋은데
그건 그거고……
- 난 혼자서 이기는 것보다 둘이서 이기는 게
더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
- 그런가?
- 암, 그렇고말고. 남자의 주먹은 말이지,
짊어진 게 많을수록 강해지는 법이거든.
- 나는 이 주먹에 늘 홀스트를 짊어지고 있지.
- 그 녀석에게는 지금껏 살면서
참 많은 도움을 받았으니까.
- 홀스트라…… 죽마고우였다고 했지?
- 그래! 그 녀석과는 인연이 참 질겨.
지금은 제국과 동맹으로 나뉘긴 했지만……
- 뭐, 또 어딘가에서 만나겠지.
분명히 그럴 거야.
- 그렇군…… 나에게 있어서 린하르트가
너에게 있어선 홀스트일 수도 있겠구나.
- 맞아. 우린 둘 다 죽마고우의 마음을
자기 주먹에 짊어지고 싸우는 남자들이란 거지.
- 뭐, 그 죽마고우들끼리는
성격도 무용도 뭐 하나 닮은 게 없지만!
- 뭐 어때.
입장이 다르니 사는 법도 달라지는 거지.
- 뭐, 그 죽마고우가 살아 있는지 어떤지의
차이는 있겠지만!
- 그만큼 마음도 강해졌을 거다.
내가 오늘 진 것도 린하르트의 힘이었겠지.
-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지금을 열심히 사는 것밖에 없잖아?
- 전장에서 무슨 일이 있어도 후회가 없도록
그저 열심히 실력을 키우면서 말이야.
- 그래, 맞아!
우리에겐 전투밖에 없지.
- 이 전쟁이 끝날 때까지
쓰러지지 말고 계속 싸우자!
- 아니, 잠깐.
나에게는 전투 말고도 돈과 여자가……
- 아~ 또 그 얘기냐!
그럼 나도 대련에, 싸움에, 육탄전에……
- 죄다 싸우는 거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