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어, 로렌츠.
왔구나.
- 또 무슨 용건이지, 발타자르군.
- 실은 너한테 상담하고 싶은 게 있거든.
네 아버지에게 빌린 돈 이야기야.
- 의뢰가 흐지부지되어 버렸잖아?
역시 돈은 돌려줘야 할 것 같아서 말이지.
- 그 건 말이군. 돌려주지 않아도 상관없어.
당주인 내 판단이다.
- 의뢰 내용을 보면,
아버지도 기대하지는 않으셨던 것 같으니.
- 상관없다면 나야 고맙지만.
이번 당주는 꽤 그릇이 크네.
- 뭘, 네가 이 부대에 들어온 뒤로
몇 번이고 전장에서 도움을 받았으니까.
- 신세 진 전우에게 돈을 돌려 내라는 건,
명문 글로스터가의 이름을 더럽히는 꼴이지.
- 그렇군, 고맙다.
- 그나저나, 정작 의뢰에 관해서는
이제 내버려 둬도 되는 거냐?
- 클로드의 신변에 대해서 이것저것
조사한 정보가 산처럼 있는데 말이지……
- ……그건 위험한 정보로군.
지금은 그가 우리의 왕이다.
- ……그건 위험한 정보로군.
동맹의 내부 사정을 타국에 누설할 수는 없지.
- 아무것도 못 본 것으로 하고,
전부 인멸하는 게 좋겠어.
- ……그건 혹시 중대한 정보인가?
외교에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군.
- 아니, 레스터 내부 사정을 누설하는 것은
위험하겠지. 전부 인멸해 줘. 그게 좋겠어.
- 괜찮아? 아마 네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어마어마한 정보가 있을 텐데.
- 그야말로 태산이 둘로 갈라질 정도로,
귀를 의심케 하는 진실이.
- ………………
- 그렇게까지 말하니 신경 쓰이는군.
어떻게 한다……
- 그렇다면, 발타자르군.
그 정보는 네가 맡아 주었으면 한다.
- 아무도 알지 못하게 말이야.
언젠가 필요해지면, 내가 양도받도록 하지.
- 필요해지면?
무슨 뜻이야?
- 내가 클로드 다음으로 왕이 되는……
그런 때가 올 수도 있지 않겠어?
- 내가 차기 맹주가 되는……
그런 때가 올 수도 있지 않겠어?
- 내가 레스터 전역을 다스리는……
그런 때가 올 수도 있지 않겠어?
- 그때까지, 잘 간수해 줘.
- 이 로렌츠 헤르만 글로스터를 위해서!
핫하하하하!
- 왜 내가 너한테 협력하는 흐름이
된 거냐……
- ……이런, 협력해 주지 않겠다는 것인가?
- 전 귀족이라 해도, 빚을 탕감한 은혜를
원수로 갚을 남자는 아니라고 믿고 있겠어.
- 석연치는 않다만,
확실히 신세를 지기는 했단 말이지……
- 변변찮은 녀석한테 붙잡힌 것 같은데.
하다못해 여자였더라면…… 하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