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머? 예리차씨잖아?
왜 그래, 그렇게 멍하니 서서.
- 그러고 보니 사관학교에 있었을 때부터
당신은 늘 훈련장에만 있더라.
- ……마음이 안정되니까.
- 흐음…… 나는 훈련장보다는 느긋하게
술을 마실 수 있는 곳이 더 안정되던데.
- 저기, 모처럼이니 다음에 같이 한잔하자.
한네만도 시간이 남아도는 것 같더라구.
- ……미안하지만, 술은 좋아하지 않는다.
- 어머, 그럼 어쩔 수 없고…… 서로의 처지에
대해 이야기할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는데.
- ……아, 맞다, 처지라고 하니.
당신, 왜 가면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어?
- 잘생긴 얼굴이 아깝잖아.
지금이 훨씬 나아.
- ………………
이야기할 필요가 없다……
- ………………!
- 다, 당신의 경력을 들어 보니
나보다 한참 어린 것 같던데……
- 어른스러운 분위기도 나고……
파고들지 못할 비밀을 품고 있고……
- 하지만 왠지 조용히 투지 같은 걸
품고 있을 것 같아서……!
- ……괜찮단 말이지. 괜찮아.
이건 이거대로 괜찮을 것 같은데!?
- ………………
- 밤에 함께 술……은 싫다고 했었지.
그 대신 함께 노래하고 춤추며 즐기면 되잖아.
- ………………
……얼굴을 밝힐 수가 없었다.
- ……그렇게 아침까지…… 어? 아, 얼굴?
아아, 당신이 얼굴을 가렸던 이유?
- ……내 얼굴을 아는 자도 있었다.
죄인인 게 알려져선 안 됐어.
- 죄인……? 잘 모르겠지만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었던 거지?
- 그런데, 왜 갑자기 내게 말해 준 거야?
- 아깐 「너와는 상관없다」는 듯이
냉담한 태도로 딱 잘라 말하더니.
- ……말을 안 하면, 안 끝나니까.
- ! ……후훗.
- ……뭐지.
이상한 말을 한 것도 아닌데.
- 미안, 웃겨서 그런 건 아니야.
그냥, 당신의 당황한 얼굴도 멋있게 보여서.
- ………………
- 지금의 당신이라면, 여자들이 가만두지 않겠네.
그렇다면…… 나도 뒤질 수 없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