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하아…… 큰일 났네…… 폐하께 그런 실례를……
  2. 폐하는 다정하신 분이니 화는 안 내시겠지만 마주할 면목이 없어……
  3. 이런, 모니카님…… 이런 곳에서 벽과 담소라도?
  4. ……뭐죠, 휴베르트.
  5. 지금 저는 당신을 신경 쓸 여유가 없거든요. 내버려 두세요.
  6. 큭큭…… 알겠습니다.
  7. 아까 에델가르트님이 비탄에 잠기시며 『모니카에게 상처를 줬어』라고……
  8. 말씀하셨던 걸 귀하에겐 알리지 않도록 하지요.
  9. 네? 폐하가? 아니, 근데 대놓고 알려 주셨잖아요……
  10. 그저 혼잣말을 한 겁니다.
  11. ……폐하의 방에 그림이 있었어요. 그게, 빈말로도 잘 그렸다 할 수가 없어서.
  12. 『누구 집 아이가 그린 낙서인가요?』 라고 물었는데, 폐하가 그린 그림이라……
  13. 폐하가 저에게 상처를 주셨다니 당치도 않아요……
  14. 상처를 드린 것은 저였죠. 그게 너무 한심해서……
  15. 뭐, 에델가르트님이 그렇게 보여도 섬세하신 분이라서요.
  16. 충격을 받은 나머지 무심코 귀하에게 상처가 될 말씀을 하셨을지도 모르겠군요.
  17. 신경 쓸 필요는 없습니다. 저도 자주 있는 일이니까요.
  18. ……휴베르트는 대단하네요. 폐하의 말씀에 좌지우지되지도 않고.
  19. 일전에 시종이 되고 싶었다고 했지만 ……제게는 무리였던 것 같아요.
  20. 폐하가 너무나도 눈부셔서, 곁에 계속 있다간 정신적으로 버틸 수 없을 것 같거든요.
  21. 그렇게 생각하면, 지금의 이 거리감이 저에겐 딱 맞는 것일지도……
  22. 이런, 그러십니까. 귀하가 시종이 될 기회가 있을지도 모르는데요.
  23. 기회……?
  24. 이 전쟁이 일단락되면, 폐하는 귀족이라는 신분을 폐지하려고 하실 겁니다.
  25. 일단 영지와 작위를 분리해서…… 귀족이어도 영주로 있어야 할 필요가 없어지겠지요.
  26. 그렇게 되면, 적녀여도 항상 폐하의 곁에 있는 게 가능해질 것 같습니다만.
  27. ……! 그러고 보니, 그렇겠네요. 왜 거기까진 생각하지 못했을까요.
  28. 폐하의 목적을 몇 번이나 들었으면서 그게 나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
  29. 잘 모르고 있었어요. 어리석었네요, 제가.
  30. 아뇨, 사회 구조란 게 그렇겠지요. 쉽게 흔들리는 게 아닙니다.
  31. 그래서 폐하가 극약 처방으로 파괴하려 하시는 거고요. 사람들의 상식을.
  32. ………………
  33. 솔직히, 당신만큼 폐하의 시종에 적합한 사람은 없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지지 않을 겁니다!
  34. 언젠가 폐하의 시종이 되어, 귀족의…… 아니, 귀족을 넘어선 새 삶의 방식을 보여 드릴 거예요!
  35. 그렇다면 이런 데서 꾸물대고 있을 시간이 없겠군요!
  36. 큭큭큭큭…… 멈춰 서 계시는가 했더니 순식간에 앞질러 가 버리시고……
  37. 저도 뒤처질 수는 없지요. 진보해 나가야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