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이.
- 이거야 원, 작위에서 물러났다고는 해도……
아버지한테 「어이」가 뭐냐.
- 잔소리는 됐고. 당신에게 물어볼 게 있다.
프랄다리우스령 남부의 성주들에 대해서야.
- 남부…… 이런, 역시 너도 그들의
대처 때문에 골머리를 썩이게 됐구나.
- 아마 물자의 공출을 꺼리거나,
출병을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겠군.
- ……어떻게 알았지?
- 어떻게 알 것도 없이,
예전에 내가 다 지나온 길이니 말이다.
- 남부의 병사는 질이 떨어져도 숫자는 많아.
어떻게든 협력 약속을 받고 싶은데……
- 녀석들은 도무지 승낙할 기미가 없어.
어떻게 하면 이들을 설득할 수 있지?
- 뭐, 어렵게 생각할 것 있나.
아마 그들에게도 그들만의 사정이 있을 거다.
- 사정이라고?
- 스렝 정벌을 위한 지원군을 거절당했을 때는
후계 자리를 놓고 대립하던 중이었더군.
- 어느 한 가문이 지원군을 보낸 것이 알려지면
다른 가문이 가차 없이 그 틈을 파고들고……
- 편지를 읽는 것만으로는,
그런 자세한 정세까지 헤아릴 수 없었지.
- ……즉, 제 발로 직접
영내를 돌아보라는 말을 하고 싶은 거군.
- 그렇다 해도, 지금은 한창 전쟁 중이니
무리해서 하라는 건 아니다만.
- 흥…… 진부한 조언이긴 해도, 참고가 됐어.
시험해 보지.
- ……후후.
- 뭐가 우스워?
- 아니, 너도 이제 어엿한 공작으로서
책무를 다하고 있구나 싶어서 말이다.
- 뭐? 당연하지.
내게 작위를 넘겨준 건 다름 아닌 당신이잖아.
- 그야 그렇다만. 내가 작위를 계승한 건
너보다 더 나이가 들고 나서였거든.
- 넌 그 나이에 참 열심히 하고 있어.
정말이지, 난 자랑스러운 아들들만 뒀군.
- 아들들이라고? 당신은 또 형의 죽음을 두고
「훌륭하다」 같은 소리나 할 생각이야?
- ……펠릭스.
- 과거의 당신과 똑같이 왕을 섬기고,
많은 기사를 거느리게 되면서……
- 약간은 당신 마음도 이해하게 됐어.
……하지만.
- 난, 아직 그날 당신이 한 말을
납득하지는 못해.
- ……또 괜한 말을 꺼내 버렸나.
쉽지 않군, 정말로……
- 그렌이 살아 있었다면,
어른스럽지 못하다고 한 소리 들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