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있잖아, 두두.
퍼거스도 참 많이 변했다.
- ……무슨 뜻이지?
- 이 마을에 있다 보면 그런 느낌이 들거든.
넌 모르겠어?
- 이러니저러니 해도 모두 널 믿고 있어.
증오스러운 퍼거스의, 왕의 시종을…… 말이지.
- 너희 노력의 성과야.
정말 잘됐다.
- ……내 공로가 아니야.
폐하께서 오래도록 노력하신 덕분이다.
- 흐음…… 역시 그 녀석 나름대로
전부터 생각한 바가 있었겠지.
- 예전엔 더스커 사람인 널 시종으로 두다니,
실성이라도 했냐는 소릴 들었었는데……
- 왕성에도, 그런 남의 험담을
좋아하는 이들뿐이었다.
- 그래서, 한번은 왜 날 구했느냐고
폐하께 여쭌 적이 있었지.
- ……폐하께선 구하고 싶다는 마음 앞에
믿는 신이나 태생은 상관없다고 말씀하셨다.
- 하하, 레아님과 비슷한 말을 했구나.
- 네가 디미트리에게 구원받은 것처럼,
나도 예전에 레아님께 구원받았어.
- 딱히 신앙심이 깊지도 않았던 나를
그분은 두 번이나 구해 주셨지……
- 두 사람 다, 상처 입고 힘들어하는 사람을
내버려 둘 수가 없는 체질인가 봐.
- ……폐하와 대사교님은
동류일지도 모르겠군.
- 그러게. 가끔 지위를 신경 쓰지 않고
행동하는 부분도 닮았어.
- ……무슨 말이지?
- 레아님은 대사교라는 지위는 개의치 않고
고아들과 놀아 주곤 하시거든.
- 그 녀석도 그런 성격이지? 전에는 시내의
꼬마들에게 검을 가르쳐 줬다던데.
- ……그렇지.
- 내 입장에서는, 가끔 있는 휴가 때만이라도
얌전히 쉬어 주시기를 바란다만……
- 그게 휴식이 되는 거 아냐?
남을 돌봐 주는 게.
- 쉬게 하는 게 부하의 일이라면
마음대로 하게 두는 것도 일이라고 봐.
- ……그 말이 맞군.
당신의 말은 참고가 돼.
- 서로 닮은 주군을 섬기는 처지니까,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겠지.
- 나와 당신도 동류일까?
- 글쎄?
그래도 너랑은 말이 잘 통할 것 같아.
- 고생도, 그것이 보답받는 기쁨도,
분명 둘 다 똑같이 느껴 왔을 테니까.
- 우리의 주군이 같은 방향을 향하는 한,
사이좋게 지낼 수 있을 거야.
- ……동감이다.
허나 만약, 서로의 주군이 길을 달리한다면……
- 아아, 굳이 더 말 안 해도 돼.
만약 그 두 사람이 서로 검을 겨눈다 해도……
- 우린 주저 없이 서로를 죽일 수 있어.
우리가 동류라면. 그렇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