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있잖아, 두두. 퍼거스도 참 많이 변했다.
  2. ……무슨 뜻이지?
  3. 이 마을에 있다 보면 그런 느낌이 들거든. 넌 모르겠어?
  4. 이러니저러니 해도 모두 널 믿고 있어. 증오스러운 퍼거스의, 왕의 시종을…… 말이지.
  5. 너희 노력의 성과야. 정말 잘됐다.
  6. ……내 공로가 아니야. 폐하께서 오래도록 노력하신 덕분이다.
  7. 흐음…… 역시 그 녀석 나름대로 전부터 생각한 바가 있었겠지.
  8. 예전엔 더스커 사람인 널 시종으로 두다니, 실성이라도 했냐는 소릴 들었었는데……
  9. 왕성에도, 그런 남의 험담을 좋아하는 이들뿐이었다.
  10. 그래서, 한번은 왜 날 구했느냐고 폐하께 여쭌 적이 있었지.
  11. ……폐하께선 구하고 싶다는 마음 앞에 믿는 신이나 태생은 상관없다고 말씀하셨다.
  12. 하하, 레아님과 비슷한 말을 했구나.
  13. 네가 디미트리에게 구원받은 것처럼, 나도 예전에 레아님께 구원받았어.
  14. 딱히 신앙심이 깊지도 않았던 나를 그분은 두 번이나 구해 주셨지……
  15. 두 사람 다, 상처 입고 힘들어하는 사람을 내버려 둘 수가 없는 체질인가 봐.
  16. ……폐하와 대사교님은 동류일지도 모르겠군.
  17. 그러게. 가끔 지위를 신경 쓰지 않고 행동하는 부분도 닮았어.
  18. ……무슨 말이지?
  19. 레아님은 대사교라는 지위는 개의치 않고 고아들과 놀아 주곤 하시거든.
  20. 그 녀석도 그런 성격이지? 전에는 시내의 꼬마들에게 검을 가르쳐 줬다던데.
  21. ……그렇지.
  22. 내 입장에서는, 가끔 있는 휴가 때만이라도 얌전히 쉬어 주시기를 바란다만……
  23. 그게 휴식이 되는 거 아냐? 남을 돌봐 주는 게.
  24. 쉬게 하는 게 부하의 일이라면 마음대로 하게 두는 것도 일이라고 봐.
  25. ……그 말이 맞군. 당신의 말은 참고가 돼.
  26. 서로 닮은 주군을 섬기는 처지니까,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겠지.
  27. 나와 당신도 동류일까?
  28. 글쎄? 그래도 너랑은 말이 잘 통할 것 같아.
  29. 고생도, 그것이 보답받는 기쁨도, 분명 둘 다 똑같이 느껴 왔을 테니까.
  30. 우리의 주군이 같은 방향을 향하는 한, 사이좋게 지낼 수 있을 거야.
  31. ……동감이다. 허나 만약, 서로의 주군이 길을 달리한다면……
  32. 아아, 굳이 더 말 안 해도 돼. 만약 그 두 사람이 서로 검을 겨눈다 해도……
  33. 우린 주저 없이 서로를 죽일 수 있어. 우리가 동류라면. 그렇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