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거, 먹어도 되는 거야?
신난다! 너무 좋아!
- 신경 써 줘서 고마워.
같이 먹으면 더 맛있겠다.
- 미안. 그거, 하피 싫어해.
얌전히 보기만 할래.
- 밖에 나가게?
어디든 좋아. 가자.
- 너랑 나들이 가는 거, 기다렸거든.
자, 가자. 후후.
- 이거, 좀 불안하네.
넓은 평원에 덩그러니 있는 느낌 말야.
- 하피, 쭉 깊은 숲속에서 살았거든.
그래서인지 숲은 내 영역이란 느낌이 들어.
- 안 추워? 하피, 사실 높은 곳은
별로인 것 같아. 기분 탓인가?
- 아, 물가다. 좋네.
예쁜 돌 같은 건 안 떨어져 있으려나?
- 너도 꽃을 좋아하는구나.
뜻밖이라고 해야 하나…… 귀엽네.
- 으음…… 그거, 잡아서 어쩌게?
아무리 그래도 먹지는 않을 거지?
- 너도 알겠지만, 생으로 먹으면 절대 안 돼.
그러다 죽는다?
- 맛있는 게 있으려나.
이것저것 따서 먹어 볼까?
- 아, 고마워.
후후…… 따뜻해.
- 확실히 저쪽에 구름이 엄청 껴 있네.
그래도 아직은 괜찮을 것 같아.
- 이래 봬도 하피의 낚시 경험은
꽤 풍부하거든. 지지 않을 거야.
- 좋아, 그럼 같이 첨벙하고 들어가자.
자, 간다?
- 하피, 깨달아 버렸는데.
너, 말이랑 본심이 꽤 다르지?
- 다른 길을 선택한 자신이라니,
상상이 안 되지 않아? 하피는 전혀 안 돼……
- 하피, 잠을 되게 깊게 자는데,
그런 체질인 것만은 감사하게 생각해.
- 있잖아. 저 풀의 뿌리, 먹어 본 적 없어?
달콤한데 독이 있다나 봐.
- 귀족들 요리, 먹어 본 적 있어?
익숙하지 않은 맛이라 당황하게 돼.
- 사실, 하피는 널 몰래 응원하고 있어.
아니, 그냥 그렇다고.
- 노래 부르는 걸 좋아하는데, 하피가 아는 건
다들 모르는 우리 마을 노래밖에 없어서.
- 밤하늘의 별을 보는 거라든지……
근데 하피는 평소에 일찍 자서 거의 못 봐.
- 어딜 가나 기사 같은 사람이 있더라.
고집불통처럼 구는 건 그만두었으면 좋겠는데.
- 이렇다 할 꿈을 찾아내는 게
지금의 꿈이려나.
- 이것저것 포기한 게 많으니까~
고민이라고 부를 만한 건 안 남아 있어.
- 벌써 한~참 못 만났어.
고향 마을 사람들. 언제 한번 만나러 가 볼까.
- 하피가 아줌마한테 붙잡혀 있을 때 얘기나
들을래? 많은 사람들이 잡혀 있었어.
- 가끔씩 「어라?」 싶을 때도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잘 지내는 것 같아, 하피.
- 뭐일 것 같아? 하피는 의외로 뭐든
다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 음~ 너 말이야?
그저 그런 용병이라는 느낌? 농담이야.
- 이런저런 모르는 것들을 전부 알게 되어서,
조금 더 가까워질 수 있으면 좋겠어.
- 전쟁 중에는 마음 놓을 틈이 없다지만……
하피는 늘 그랬으니까, 괜찮아.
- 자유란 뭘까? 하는 생각을 자주 해.
넌 어떻게 생각해?
- 자연스러운 걸 좋아하거든, 머리든 얼굴이든.
그다지 꾸미는 건 관심 없는 것 같아.
- 응? 이 곱슬머리?
기분이 안 좋으면 많이 뻗치더라고.
- 하피, 졸려 보이지.
사실 꽤 졸려……
- 괜찮아, 그렇게 안 쳐다봐도
한숨 쉬고 그러진 않는다니까.
- 훈련이 많으면 몸이 근육 때문에
단단해질 거 아냐? 하피, 그게 싫어.
- 왜 그래? 실험을 당했어도
보이는 곳에는 흉터 같은 거 안 남았는데.
- 역시 바깥은 좋네.
또 불러 줘. 기다릴게.
- 너도 즐거웠어? 그럼 다행이고.
다음번도 기대되네.
- 하피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상관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