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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하…… 이런, 무기 손질 중이셨습니까? 제가 방해한 것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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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좀 전에 일단락 지은 참이야. 무슨 일이지, 로드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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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얼마 전 고티에령에 갔을 적에 마티아스 녀석에게 이걸 받아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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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경백에게? 이 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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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베르에게서 빌린 채로 까맣게 잊고 있었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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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도 전에 빌린 검을 자식 세대에 와서 돌려주다니, 참 게을러빠진 녀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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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전이면, 자네들이 사관학교에 있었을 때로군.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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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3명이 있던 반이 다 같이 도적 토벌 과제를 하러 갔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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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무심코 튀어 나간 탓에, 동료들과 적진에 낙오된 적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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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우러 갈지 말지를 두고, 그 두 사람이 전장에서 서로를 붙잡고 싸움을 벌였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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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뜻밖이군. 아버지는 그렇다 쳐도 그 변경백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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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석도 예전에는 혈기 왕성한 사내였고, 무엇보다 물러설 수가 없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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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자가 거의 다 떨어졌으니, 교단의 지원을 기다리자던 마티아스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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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라도 도우러 가려던 람베르의 싸움이 어떻게 됐는지는 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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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결국, 람베르와 마티아스는 둘이서 적진을 돌파해 저희 앞에 나타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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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도 물불을 안 가리신다고 해야 하나…… 젊은 시절이었던 만큼 미숙하셨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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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 싸우던 중에, 창이 부러진 마티아스에게 람베르가 빌려준 검이 이것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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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보니 돌려줄 기회를 놓친 채 30년이나 지나 버릴 줄이야, 하고 웃지 뭡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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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변경백이라면, 정말로 30년이나 잊고 있었을 리가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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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지도 모르겠군요. 이건 어디까지나 제 상상입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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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하가 왕위에 올라 나라를 다스리시는 지금에야 녀석의 죽음을 과거로 보게 된 것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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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군. 어찌 됐든, 변경백에게는 잘 받았다고 전해 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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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이야기를 듣자니, 아버지는 예전부터 동료를 잃고는 못 배기는 성미셨나 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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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가 다칠 걸 알면서 싸움을 시작한 나를, 아버지는 어리석다고 비웃으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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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어려운 질문이군요. 동료를 아끼는 분이셨던 건 분명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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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성을 줄곧 보살피던 교단을 저버리는 것도 분명 주저하셨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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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릭. 아버지를 잘 아는 자네에게 다시금 부탁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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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여 내가, 아버지에게 부끄러울 만한 행동을 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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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 걸고 막겠습니다. 그건 그 녀석과의 약속이기도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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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