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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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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괜찮아 보이네. 메리세우스에서의 전투 직후보다 훨씬 안색이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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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훗, 넌 말을 참 솔직하게도 하는군. 좀 더 돌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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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그러면 오히려 마음을 쓰는 게 느껴져서 난처할지도 모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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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다, 이제 아무렇지도 않아. 무슨 일이든 최선을 다해 부딪치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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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딱히 최선을 다할 필요는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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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아무렇지도 않다니 다음 전투에서도 기대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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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나만 믿으라고. 어떤 상대라도 꺾어 보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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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싸움에 져서 죽게 된다면 나에 관한 마지막 기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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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를 벤 죄책감에 사로잡혀 전장에 그 목숨을 던졌다」가 될지도 모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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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버지를 베었어. 아무 감정도 없다면 거짓말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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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책망하지는 않아. 그 선택이 잘못되지 않았다고 믿고 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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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 그렇다면 나는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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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상과의 권력 투쟁 끝에 내란이 일어나게 만들고, 대외 전쟁에서 패한 어리석은 황제」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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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불릴 각오는 되어 있어. 물론 질 생각은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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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하지. 지게 만들지 않을 거야. 만일 너와 내 목숨이 저울 위에 오른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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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죄책감에 사로잡혀 죽었다는 오명을 뒤집어쓰고서, 널 살리는 길을 택하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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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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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뭐야? 뭐 이상한 말이라도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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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그렇지 않아. 너는 참 강하고 긍지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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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귀족들이 모두 너 같았다면 귀족이란 신분을 없앨 필요도 없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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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생각이 들었을 뿐이야. 뭐, 불가능한 얘기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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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능하지 않아! 아니…… 지금 상황에 불가능해 보이는 건 어쩔 수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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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쩔 수 없지만…… 귀족의 잠재력은 그리 가벼운 것이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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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국의 정무와 군사를 짊어지기 위해, 선조 대대로 이어진 지혜와 지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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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로서 백성에게 받아 온 신뢰나 그 지방에 대한 이해, 통치 방안을 계승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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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껏 귀족이 쌓아 올린 것들을 내버려서는 안 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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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당연하잖아? 나를 뭘로 보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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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부수고 끝내자는 말이 아니야. 귀족의 뒤를 잇는 게 평민이 될 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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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무리 소질이 있다 한들 일반적인 평민이 귀족을 대신하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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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지, 잠깐. 그런 뜻이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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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귀족과 거상의 자제에게만 허락된 이전의 사관학교 같은 게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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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산이 없어도 들어갈 수 있는, 평민을 위한 학교를 만들어 귀족 교육을 하겠다는 거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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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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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말을 곧잘 비약하곤 하지만…… 그런 점이, 나한테는 필요할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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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말이지? 아니, 의지해 주는 건 기쁘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