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봐, 그웬달. 어떻게 된 거야?
아무리 기다려도 제국군이 오질 않는데.
- 대체 황제는 무얼 하고 있는 건지.
지켜 주겠다는 약속이었거늘……!
- 각하, 진정하십시오.
제국군은 금방 나타날 것입니다.
- 아리안로드 남쪽에서 대군이
편제되었다는 보고가 들어와 있습니다.
- 이 정도 포위라면 단숨에
무너뜨려 줄 것입니다.
- 정말이겠지? 내 영토를 지켜 준다 하여
왕국까지 배신했는데……
- 분노한 퍼거스 왕의 창에
영토가 불타 버리면 주객전도 아니겠나!
- 안심하십시오. "백은의 도시"의 수비는
상대가 누구든 그리 쉽게 뚫리지 않습니다.
- 엘리듀어 자작과 듀발 백작도, 백성들을
위해 항복하라고 편지를 보내왔어……
- 역시, 이렇게 된 이상 제국군을 속이고
그 공으로 왕에게 용서를 구하면……
- 로베 백작 각하!
- 무엇이냐, 로나토. 따지고 보면
네가 주제넘게 나선 탓에 이런 일이……
- 그런 나약한 태도는 보이지 마십시오.
다시 돌아선다는 건 말도 안 됩니다.
- 배신도 단 한 번이라면
상대에게 이유를 물을 수라도 있습니다.
- 하지만 두 번째 배신은 우리가 신의 없는
자라고 주장하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 윽…… 그럼 내가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
……그웬달, 네 의견을 말해 보아라!
- 각하의 명령이라면 저희는 사지라도 기꺼이
가겠습니다만, 각하는 그러지도 못하시지요.
- 목숨을 걸고 싸웠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며
당당히 말할 수 있는 항복이 아니라면……
- 사람들의 비난을 피할 수는 없을 겁니다.
로베 백작 각하의 선조처럼……
- ………………후. 흐, 하하핫.
그래, 어차피 로베가는 배신자의 혈족이다.
- 그렇다면 박쥐는 박쥐답게
반역의 긍지를 관철하도록 하지……
- 예, 각하의 용단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