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게 정말입니까, 레아님.
- 예…… 전에 제국에서 동란이 일어났을 때,
그들이 분명 그렇게 말했습니다.
- 섭정 폴크하르트 폰 아룬델,
그가 토마슈 일당의 동료라고……
- 아룬델 공은 본래 경건한 신도였습니다만,
어느 순간 기부를 끊어 버렸지요.
-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
의심을 품었어야 했습니다.
- 그도 토마슈님과 마찬가지로 갑작스레
다른 사람처럼 변했다는 말씀이십니까.
- 비슷한 사례가 퍼거스에도 있었습니다.
마도사 코넬리아의 이름은 들어 보셨겠지요.
- 역병의 유행을 종식한 재원 말씀이시군요.
역시 그녀도 그들처럼……
- ……네. 저는 그녀가 아룬델 공 일당과
결탁하여 아버지를 죽였다고 생각했습니다.
- 그건 그들이 제국에 가담해 왕국의 혼란을
노리고 저지른 일이라 여겼습니다만……
- 아리안로드에서 토마슈님의 동료로 추정되는
어둠의 마도사가 황제를 습격했습니다.
- 그 전말에 비추어 생각해 보면…… 그들은
그들만의 목적이 있는 것이 분명합니다.
- 그때 나타난 자가 탈레스라고 했지.
황제와는 면식이 있는 것 같았다고?
- ……네. 그리고 그녀는 탈레스가
제 아버지의 원수라고도 말했습니다.
- 적의 말을 쉽게 믿을 수는 없습니다. 허나
생각건대, 그 탈레스라는 남자야말로……
- ……이런, 중요한 얘기 중에 방해했나?
오랜만이야. 디미트리, 레아씨.
- 클로드, 오랜만이군.
굳이 페르디아까지 오게 해서 미안하다.
- 누가 아니래. 회담은 눈보라 치는 왕도보단
더 아늑한 곳에서 하고 싶었는데.
- ……그래도, 부탁을 한 건 나니까.
고맙다, 디미트리.
- ……최근 들어 제국의 움직임이 너무 거슬려.
각지에서 약탈이다 뭐다 난리가 났더군.
- 놈들이 아미드 대하 너머의 동맹령에도
슬쩍슬쩍 시비를 걸고 있어.
- 조만간 큰 피해가 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거야……
- 그러니, 차라리 왕국과 손을 잡고
제국에 대항할 수 없을까 해서 말이야.
- 무척 감사한 말씀입니다, 클로드.
- 아무리 교단과 왕국의 병사들이 우수하다 한들,
제국의 압도적인 병력은 위협적이니까요……
- 그 대군이 버티고 선 제도를 무너뜨리려면
우선 적의 병력을 동서로 분산시켜야 해.
- 제도 앙바르는 제국의 남단에 있어……
길을 여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겠지.
- 하지만 분산시킨다 해도, 동부의 지휘관은
용맹하기로 이름난 베르그리즈 백작이야.
- 서부도 오그마 산맥 때문에 진군로가 좁은
헤브링령은 험준하기로 유명하고.
- 그렇지…… 정면으로 싸우면 제도에
도착할 무렵엔 우리도 피폐해질 거야.
- 그래서 말인데, 내게 책략이 하나 있어.
쉽게 제도를 노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야.
- 한 곳만 공략해도 적의 기세가 크게 꺾이는
……그런 중요 거점이 어딜 것 같아?
- ……가르그 마크로군.
- 정답.
역시 디미트리야.
- 가르그 마크는 저희에게도 중요한 땅이에요.
되찾는다면 모두의 사기가 오를 겁니다.
- 그런데…… 그 거대한 산성을
어떻게 함락시킨다는 말씀이시죠?
- 제국과의 전선으로 적을 유인하면서, 각각
동서에서 대수도원의 제국군을 협공한다……
- 별거 아닌 듯한 전략이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이게 제일 확실할 겁니다.
- 그렇다면 제게 좋은 방안이 있습니다.
아릴을 경유하는 건 어떨까요?
- 그곳이라면 적의 경계도 느슨할 테고, 좁은 길이
많아 병력으로 밀어붙일 수도 없을 거예요.
- 거기에 저희 3개 세력의 정예군을 결집하면
필시 가르그 마크 탈환도 가능할 겁니다.
- 흐음, 아릴이라. 괜찮은 방안이네요.
그럼 우리의 동향은……
- 우선 동서에서 각각 제도를 목표로 침입해
적을 양동해서 병력을 분산시킨다.
- 적당한 때에 목표를 제도에서 본 표적으로
바꾸어 단숨에 함락시킨다, 이렇게 되겠군요.
- 그럼…… 문제는 동서의 전선에서
어떤 식으로 우위에 서느냐가 되겠군.
- 서부 전선은 우리가 어떻게든 해 보겠어.
하지만 동부에는 베르그리즈 백작이 있을 텐데.
- 적진 깊숙이 파고들 거란 말은 아니니까,
걱정할 거 없어. 방법은 얼마든지 있거든.
- 세이로스 기사단은 소수이지만 움직임이
빠릅니다. 별동대로 각지를 지원하겠습니다.
- ……감사합니다, 레아님.
든든할 따름입니다.
- 이봐, 디미트리. 이 전쟁이 끝나고 나서도
중앙 교회와 계속 손을 잡을 생각이야?
- 사람들이 그들을 필요로 하는 한은.
적어도 우리 나라에는 아직 필요한 존재야.
- 흐음…… 그럼 언젠가 사람들이 교단을
필요로 하지 않게 되면, 버리겠다는 뜻인가?
- 그런 날이 올지는 모르겠지만.
나라가 바뀌어도 사람 마음은 변하지 않아……
- 가령 제국을 모방해 다른 종파를 준비한들,
새것을 수용하려면 긴 시간이 걸리겠지.
- ……나도 질문 하나 하지, 클로드.
너는 언제까지 왕국과 손을 잡을 생각이야?
- 이렇게 된 이상, 제국을 타도하고 나서도
오래도록 함께하고 싶은데.
- 속 보이는 얼굴로 말은 잘하는군.
……뭐, 적어도 지금은 같은 편이다 이건가?
- 무슨 소리야, 아무런 속셈도 없거든?
괜히 의심하지 말아 줄래.
- 그보다, 오늘 저녁은 재회 기념 연회 맞지?
왕국이 어떻게 대접하는지, 기대하고 있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