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그게 정말입니까, 레아님.
  2. 예…… 전에 제국에서 동란이 일어났을 때, 그들이 분명 그렇게 말했습니다.
  3. 섭정 폴크하르트 폰 아룬델, 그가 토마슈 일당의 동료라고……
  4. 아룬델 공은 본래 경건한 신도였습니다만, 어느 순간 기부를 끊어 버렸지요.
  5.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 의심을 품었어야 했습니다.
  6. 그도 토마슈님과 마찬가지로 갑작스레 다른 사람처럼 변했다는 말씀이십니까.
  7. 비슷한 사례가 퍼거스에도 있었습니다. 마도사 코넬리아의 이름은 들어 보셨겠지요.
  8. 역병의 유행을 종식한 재원 말씀이시군요. 역시 그녀도 그들처럼……
  9. ……네. 저는 그녀가 아룬델 공 일당과 결탁하여 아버지를 죽였다고 생각했습니다.
  10. 그건 그들이 제국에 가담해 왕국의 혼란을 노리고 저지른 일이라 여겼습니다만……
  11. 아리안로드에서 토마슈님의 동료로 추정되는 어둠의 마도사가 황제를 습격했습니다.
  12. 그 전말에 비추어 생각해 보면…… 그들은 그들만의 목적이 있는 것이 분명합니다.
  13. 그때 나타난 자가 탈레스라고 했지. 황제와는 면식이 있는 것 같았다고?
  14. ……네. 그리고 그녀는 탈레스가 제 아버지의 원수라고도 말했습니다.
  15. 적의 말을 쉽게 믿을 수는 없습니다. 허나 생각건대, 그 탈레스라는 남자야말로……
  16. ……이런, 중요한 얘기 중에 방해했나? 오랜만이야. 디미트리, 레아씨.
  17. 클로드, 오랜만이군. 굳이 페르디아까지 오게 해서 미안하다.
  18. 누가 아니래. 회담은 눈보라 치는 왕도보단 더 아늑한 곳에서 하고 싶었는데.
  19. ……그래도, 부탁을 한 건 나니까. 고맙다, 디미트리.
  20. ……최근 들어 제국의 움직임이 너무 거슬려. 각지에서 약탈이다 뭐다 난리가 났더군.
  21. 놈들이 아미드 대하 너머의 동맹령에도 슬쩍슬쩍 시비를 걸고 있어.
  22. 조만간 큰 피해가 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거야……
  23. 그러니, 차라리 왕국과 손을 잡고 제국에 대항할 수 없을까 해서 말이야.
  24. 무척 감사한 말씀입니다, 클로드.
  25. 아무리 교단과 왕국의 병사들이 우수하다 한들, 제국의 압도적인 병력은 위협적이니까요……
  26. 그 대군이 버티고 선 제도를 무너뜨리려면 우선 적의 병력을 동서로 분산시켜야 해.
  27. 제도 앙바르는 제국의 남단에 있어…… 길을 여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겠지.
  28. 하지만 분산시킨다 해도, 동부의 지휘관은 용맹하기로 이름난 베르그리즈 백작이야.
  29. 서부도 오그마 산맥 때문에 진군로가 좁은 헤브링령은 험준하기로 유명하고.
  30. 그렇지…… 정면으로 싸우면 제도에 도착할 무렵엔 우리도 피폐해질 거야.
  31. 그래서 말인데, 내게 책략이 하나 있어. 쉽게 제도를 노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야.
  32. 한 곳만 공략해도 적의 기세가 크게 꺾이는 ……그런 중요 거점이 어딜 것 같아?
  33. ……가르그 마크로군.
  34. 정답. 역시 디미트리야.
  35. 가르그 마크는 저희에게도 중요한 땅이에요. 되찾는다면 모두의 사기가 오를 겁니다.
  36. 그런데…… 그 거대한 산성을 어떻게 함락시킨다는 말씀이시죠?
  37. 제국과의 전선으로 적을 유인하면서, 각각 동서에서 대수도원의 제국군을 협공한다……
  38. 별거 아닌 듯한 전략이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이게 제일 확실할 겁니다.
  39. 그렇다면 제게 좋은 방안이 있습니다. 아릴을 경유하는 건 어떨까요?
  40. 그곳이라면 적의 경계도 느슨할 테고, 좁은 길이 많아 병력으로 밀어붙일 수도 없을 거예요.
  41. 거기에 저희 3개 세력의 정예군을 결집하면 필시 가르그 마크 탈환도 가능할 겁니다.
  42. 흐음, 아릴이라. 괜찮은 방안이네요. 그럼 우리의 동향은……
  43. 우선 동서에서 각각 제도를 목표로 침입해 적을 양동해서 병력을 분산시킨다.
  44. 적당한 때에 목표를 제도에서 본 표적으로 바꾸어 단숨에 함락시킨다, 이렇게 되겠군요.
  45. 그럼…… 문제는 동서의 전선에서 어떤 식으로 우위에 서느냐가 되겠군.
  46. 서부 전선은 우리가 어떻게든 해 보겠어. 하지만 동부에는 베르그리즈 백작이 있을 텐데.
  47. 적진 깊숙이 파고들 거란 말은 아니니까, 걱정할 거 없어. 방법은 얼마든지 있거든.
  48. 세이로스 기사단은 소수이지만 움직임이 빠릅니다. 별동대로 각지를 지원하겠습니다.
  49. ……감사합니다, 레아님. 든든할 따름입니다.
  50. 이봐, 디미트리. 이 전쟁이 끝나고 나서도 중앙 교회와 계속 손을 잡을 생각이야?
  51. 사람들이 그들을 필요로 하는 한은. 적어도 우리 나라에는 아직 필요한 존재야.
  52. 흐음…… 그럼 언젠가 사람들이 교단을 필요로 하지 않게 되면, 버리겠다는 뜻인가?
  53. 그런 날이 올지는 모르겠지만. 나라가 바뀌어도 사람 마음은 변하지 않아……
  54. 가령 제국을 모방해 다른 종파를 준비한들, 새것을 수용하려면 긴 시간이 걸리겠지.
  55. ……나도 질문 하나 하지, 클로드. 너는 언제까지 왕국과 손을 잡을 생각이야?
  56. 이렇게 된 이상, 제국을 타도하고 나서도 오래도록 함께하고 싶은데.
  57. 속 보이는 얼굴로 말은 잘하는군. ……뭐, 적어도 지금은 같은 편이다 이건가?
  58. 무슨 소리야, 아무런 속셈도 없거든? 괜히 의심하지 말아 줄래.
  59. 그보다, 오늘 저녁은 재회 기념 연회 맞지? 왕국이 어떻게 대접하는지, 기대하고 있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