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맞다, 저번에 귀족의 다과회라는 것에
동석하게 되었거든.
- 귀족? 혹시 페르 말이야?
그 사람은 다과회 좋아하지.
- 귀족? 혹시 실뱅 말이야?
여성과 함께 마시는 자리였으려나.
- 귀족? 혹시 로렌츠 말이야?
그 사람은 다과회 좋아하지.
- 아니, 호위 임무를 겸해서라고 할까?
그래서 차 한 잔을 대접받았는데……
- 호위 임무를 겸해서, 였어.
그래서 차 한 잔을 대접받았는데……
- 무슨 맛인지 잘 모르겠더라고.
맛있다고도 맛없다고도 못 하겠던데.
- 맞아. 그런 자리에서 하는 식사는
맛 같은 건 잘 안 느껴지지……
- 그래, 너무 고급이면 말이야.
- 전에 네가 노래해 준 적이 있었잖아?
가극 일부를 조금 불러 줬던 거.
- 그때 일이 생각나서……
나에겐 그런 소양이 없는 거 같아.
- 노래를 즐겁게 듣는다든가,
맛있는 걸 맛있게 먹는 건……
- 누구에게나 있는 권리야.
평민이라서 없다거나 하는 건 아니야.
- 수긍한다
- 반론한다
- 나도 그랬으면 좋겠어.
-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는 거야?
- 그렇다고는 하지만.
- 예를 들면 난, 용병 시절에 밥 같은 건
먹을 수만 있는 거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 이 군대에 소속되고 나선 확실히 입이
고급이 됐거든. 맛있는 걸 먹고 싶어졌어.
- 맛있는 것을 맛있다고 알 기회가 없다면
그것을 맛있다고 생각하지 않잖아?
- 그게 나쁘다고 생각하는 건 절대 아니야.
아니긴 한데……
- 그렇구나……
………………
- 도로테아?
- 미안, 조금 생각하느라.
확실히 당신 말대로일지도 몰라.
- 있지, [HERO_MF]……
- 왜 그래?
- 난 처음에,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노래했어.
그러다 마누엘라 선배 눈에 들었고.
- 가극단에 들어간 뒤로도 아무튼 푹 빠져서,
내 노래를 모두에게 들려주고 싶었어.
- 하지만 가희가 되어 많은 귀족에게
인기를 얻게 되면서……
- 나는 어느샌가 그런 사람들에게 맞춰서
노래를 부르고 있었던 걸지도 몰라.
- 소양과 지식이 없으면 이해할 수 없는
고급 노래를……
- 부정한다
- 동의하면서도 격려한다
- 아니,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내가 이해하지 못했던 건……
- 원래 내가 노래에 흥미가 없는 것도
컸다고 생각해.
- 그럴지도 모르지만, 그 자체는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잖아?
- 네 노래가 대단한 건 틀림없어.
너 자신이 나쁜 것처럼 말하지 않아도 돼.
- 고마워.
하지만…… 좀 깊게 생각하게 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