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기, 그 노래 가사…… 뭐였더라?
그리핀이 하늘을 달린다, 같은 내용의……
- 그리핀? 무슨 곡인지 짐작은 가는데,
음…… 내가 아는 거랑 좀 다른걸.
- 뭔가, 사람 얼굴을 한 말이 나란히
푸른 초원을 달린다…… 같은 가사였는데.
- 어라? 확실히 듣고 보니
그런 가사였던 것 같기도 하네……
- 어쩐지 신비로운 가사인데,
대체 누가 만든 노래일까?
- ……하아.
- ……영 쉽지가 않네.
- 그러게……
- 가사를 제대로 다시 만든 건 좋았는데,
새 가사는 전혀 퍼지질 않는걸……
- 요즘은, 사람 얼굴을 한 말은 뭔가의 은유적
표현이라고 생각하는 녀석들도 있더라.
- 사람 얼굴 말은 지혜와 야성의 융합을 뜻하며,
양쪽을 겸비한 용사의 승리를 기원한다, 거나……
- 아니면 그 말이 여신의 하수인인지 뭔지여서,
죄지은 자를 벌하려고 내려왔단 말도 있고.
- 왜 이렇게 됐을까…… 그런 난해한 뜻을
담아서 노래한 게 아니었는데.
- 난 그냥 기사들이 초원을 달리는
모습을 노래하고 싶어서……
- 거기에 두두에게 들은
더스커의 설화를 섞었을 뿐이란 말이야.
- 그게 왜 사람 얼굴을 한 말의 노래가 됐는지
난 전혀 모르겠는데.
- 그러니까, 그건 사람 얼굴을 한 말이 아니라
설화에 등장하는 전사라구.
- 그래, 그래. 하지만, 다들 예전 가사를
더 마음에 들어 하기도 하고……
- 이걸로 된 거 아닐까?
- 노래란 원래 누군가에게 들려준 순간부터
네 손을 떠나 퍼져 나가는 법이니까.
- ……그럴듯한 말로
얼버무리려는 거지, [HERO_MF].
- 사과한다
- 부정한다
- 그건…… 부정할 수 없군. 미안.
하지만 어쩔 수 없는 건 사실이잖아.
- 또 새로운 가사를 써서 들려준다 한들
생각대로 퍼질지도 알 수 없고.
- 그럴지도 모르지만……
- 얼버무리려는 게 아니야.
난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해.
- 비슷한 갈등을, 지금까지 다른
위대한 예술가들도 겪어 왔을 거야.
- 남이 어땠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구……
이젠 어떻게 할 수도 없지만……
- 저기, 아네트. 노래란 참 좋은 거잖아.
여차할 때 노래를 부르면 힘도 솟고.
- 어쩌면 네 노래에도, 전장 어딘가에서 싸우는
누군가가 의지하고 있을지 몰라.
- 그럴까……?
- 그러고 보니, 사람 얼굴을 한 말이 대체 뭘까?
혹시 그런 몬스터 같은 게 있나?
- 그런 몬스터가 있단 얘긴 못 들었는데……
……땅속에서 기어 나온 괴물 같은 건가?
- 얘, 무서운 소리 하지 말아 줄래?
신나는 노래 다 망치잖아.
- 하아……